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가격 인상과 성능 조정이라는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부품 공급 제한 등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심화하면서다. 이미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부품사들은 이전보다 최대 두 배가량 부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조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마진을 감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IM)의 영업이익률은 연초 '역대급'을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폴더블(접는)폰에 힘을 쏟고 있는 현 추세라면 4분기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차기 플래그십(최상위) 갤럭시S22의 출고가를 전작인 갤럭시S21 시리즈보다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애플 아이폰과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가격 책정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스마트폰 가격 내년 최대 16% 상승 전망
2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IC(직접회로) 부품사들의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내년 스마트폰 가격은 최대 16%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 가격 상승 폭은 저가인 150달러 미만 제품이 8~16%로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00~450달러 제품이 6~14%, 600달러 이상이 5~12%다. 다만 600달러 이상의 제품은 가격 자체가 높은 만큼 실제 상승 금액은 중저가 제품과 비교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최근 열린 스마트폰 시장 현황 및 전망 세미나에서 "스마트폰 반도체뿐 아니라 주요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풀리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결론은 부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을 스마트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가져올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반영할 것인지 혹은 마진을 감내할 것인지, 주요 부품의 스펙을 조정하면서 원가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반도체 부족 등에 따른 스마트폰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한 상태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AP 1위 업체인 미디어텍은 지난 11월 출시한 플래그십 모바일용 AP 가격을 2배 가까이 올렸다. 업계 2위인 퀄컴 역시 차세대 AP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디어텍은 4세대 이동통신(4G)과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 와이파이 칩 등의 부품 가격을 최대 20% 올리기도 했다. 선두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상당수의 부품사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 삼성전자, 신작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가 내년 2월 공개할 플래그십 '갤럭시S22′ 시리즈의 가격은 전작보다 최대 100달러(약 12만원) 오를 것으로 외신과 통신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부품 가격 등 원가 상승 요인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 인상 시 갤럭시S22의 기본형 가격은 1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폴더블폰 대중화 전략으로 인한 IM사업 수익성 감소도 가격 인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삼성전자 IM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고점을 찍은 이후 매 분기 하락세를 그리는 중이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15.04%에 달했다. 2017년 2분기(1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2분기 14.27%를 기록한 뒤 3분기 11.81%까지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률이 대폭 상승했다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삼성전자의 '폴더블 대중화' 전략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세운 폴더블폰을 위해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는 지난 8월 폴더블폰 사전개통을 시작하며 갤럭시Z플립3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협의해 정하는 구조다. 갤럭시Z플립3의 출고가는 125만4000원인데, 공시지원금과 이통사별 추가지원금을 더할 경우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달 일부 통신사는 공시지원금을 60만원대로 올리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출시 약 한 달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섰다. 100만대 돌파 속도는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S8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빨랐다. 시장조사업체들은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악재 속에서 '가격 동결' 카드를 내세운 애플을 의식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13 시리즈를 내놓으며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처음으로 신형 가격을 동결한 바 있는데, 내년에 내놓을 아이폰14 시리즈 역시 동결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S22의 가격이 아이폰14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