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육성 중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대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TV보다 더 밝고 자연스러운 색을 낼 수 있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내년에 나오는 신제품부터는 70인치대 제품을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마이크로 LED TV 주력 신제품으로 89·101·114인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76·85·93인치에서 크기를 평균 10인치 이상 키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100인치대 마이크로 LED TV를 판매했지만, 양산형 주력 제품은 아니었다. 올해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었던 99인치 제품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를 기판 위에 이어 붙여 만드는 제품을 말한다. 기존 LCD·OLED TV와 달리 개별 소자가 빛과 색을 함께 낼 수 있어 더 밝고 자연스러운 색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80인치 제품의 경우 1억개에 달하는 초소형 LED를 옮겨 심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율(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이 낮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트 업체들은 마이크로 LED 모듈 크기를 키우는 방법으로 마이크로 LED TV의 수율을 개선, 가격을 낮추고 있다. 삼성 마이크로 LED TV의 경우 그동안 7.29인치 크기의 모듈을 결합해 사용했는데, 내년 출시되는 제품에는 12.7인치 크기의 모듈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계획을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대만 AUO 등에 전달하고 모듈 개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새로운 마이크로 LED 모듈에 저온폴리실리콘(LTPS·Low Temperature Poly Silicon) 박막트랜지스터(TFT·Thin Film Transistor)를 적용할 것도 요구했다. 마이크로 LED 모듈은 그동안 기판 방식으로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했는데, 개별 구동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LTPS TFT를 사용하면 회로를 더 작게 만들 수 있고, 결국 마이크로 LED 모듈 크기를 더 키우거나 작게 만드는 데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LTPS TFT는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미세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라며 “기존 PCB로는 고해상도를 구현하기 힘든 만큼 삼성전자가 대형 마이크로 LED TV 수율을 높이기 위해 LTPS TFT를 디스플레이 업체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12.7인치 마이크로 LED 모듈로 TV를 제작할 경우 89인치 제품에는 49개의 모듈이 사용된다. 101인치의 경우 64개, 114인치는 81개가 들어간다. 모듈 1개당 생산비용이 80달러(약 9만4100원) 정도인 걸 감안할 때 생산원가만 89인치 450만원, 101인치 600만원, 114인치 700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될 경우 출고가는 89인치가 1000만원을 넘게 된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 대형화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70인치대 마이크로 LED TV를 만들 경우 출고가는 700만원이 넘게 되는데, 이는 비슷한 성능의 LCD·OLED TV와 비교해 1.5~2배 비싸다. 반면 90인치 이상의 경우 LCD·OLED TV 역시 주문제작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출고가가 1000만원 이상으로 높다. 크기가 커지면 마이크로 LED TV와 기존 LCD·OLED TV의 가격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89인치 이상 대형 제품을 통해 마이크로 LED TV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는 기존 OLED TV의 단점인 번인(Burn-in·잔상) 현상에서 자유로워 프리미엄 제품으로 적합하다”라며 “무기물 소재인 LED 칩을 활용한 만큼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이크로 LED TV의 차별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