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캠퍼스 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으로 사용했던 L8-1 내 신규 설비 공간을 확보했다. 해당 공장에는 월 3만장 규모의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업계는 QD 디스플레이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이번 공간 확보는 QD 증설이 목적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낮은 LCD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단계적으로 생산라인을 해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라인이 L7, L8 라인으로 각각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L7-1, 2층은 L7-2 등으로 부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 요청으로 TV용 LCD 생산라인 일부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미 아산캠퍼스 L7-2 철거를 진행했고, L8-1의 일부 라인은 QD-OLED를 생산하는 Q1 라인으로 변경했다. Q1 라인을 조성하며 남겨진 LCD 장비 일부는 라인 내 유휴공간에 남겨뒀는데, 지난 7월 와이엠씨라는 업체와 장비 해체 계약을 맺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트북용 OLED 생산라인.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와이엠씨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CD 제조 설비 해체 명목으로 647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내년 5월 31일까지다. 앞서 지난 4월 와이엠씨는 가동을 멈춘 L7-2 라인 철거도 시작했다. L7-2라인은 A4E(가칭)으로 전환하는데, 6세대(1500×1850㎜) OLED 라인이 들어선다. 정보기술(IT)용 OLED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L8-1 유휴 공간의 확보는 지난 7월 맺은 계약의 실행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수개월간 장비 해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해체된 장비는 삼성물산이 당분간 보관하며, 장비 매각사는 중국 BOE와 CSOT 등이 거론되고 있다.

L8-1 내 일부 조성된 QD-OLED 전용 Q1 라인은 월 3만장의 디스플레이 원장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55인치와 65인치 TV용 QD-OLED 패널을 연간 100만대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다. QD-OLED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 등으로, 삼성전자는 새로운 플래그십(최상위) TV 제품군으로 내년 1월 세계 최대 전자·IT쇼 CES 2022에서 QD-OLED TV를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5000만대 전후로 TV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공급량은 최대 공급을 가정해도 2%쯤이다. 소니와 패널 공급을 나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삼성전자가 1년에 내놓을 수 있는 QD-OLED TV의 총 수는 수십만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선다.

디스플레이 세대와 유리 기판 크기 설명도.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QD 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차세대 기술 분야다.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로서는 QD-OLED 원장 생산량과 TV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격 주도권이 중국 쪽으로 넘어간 LCD 패널 시장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QD-OLED의 시장성을 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량 증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8-1 내부 정리는 IT용 OLED를 생산하기 위한 8세대(2200×2500㎜) OLED 라인 증설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8.5세대는 원판 하나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이 많기 때문에 현재 주력인 6세대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5세대 OLED 라인 조성을 위해 일본 협력사 등과 새 장비 기술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