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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3파전 양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등 경쟁 OTT 진출은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막강한 콘텐츠를 앞세운 OTT 업계가 가입자 유치와 직결할 수 있는 만큼 신규 OTT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디즈니플러스를 잡지 못해 애플TV플러스를 택한 SK브로드밴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아마존, 이르면 2023년 제공”…IPTV 글로벌 OTT 3파전 양상 심화

19일 국내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IPTV 시장에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등이 들어오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며 “아마존의 경우 2023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서 IPTV 사업을 하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은 신규 가입자 유치와 기존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해 글로벌 OTT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통신사별로 제휴 업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3개 업체가 대표적이다.

실제 글로벌 OTT의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넷플릭스와 IPTV 단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약 2년 동안 IPTV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은 LG유플러스에서만 가능했는데, 이 기간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수와 매출은 각각 20%, 30% 증가했다. KT는 지난해 넷플릭스와 제휴를 발표했다.

넷플릭스로 재미를 본 LG유플러스는 올해 디즈니플러스와도 독점으로 IPTV 계약을 체결했다. KT 역시 최근 모바일을 통해 제휴를 시작했지만, IPTV 제휴는 여전히 논의 중인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디즈니플러스 제휴 특징은 모바일뿐만 아니라 IPTV도 독점했다는 것이다”라며 “과거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는 유플러스라는 우위인식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했다. OTT 선점 효과를 통해 신규 가입자 수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SK브로드밴드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디즈니플러스와 제휴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디즈니 측이 최근 기업개편으로 SK텔레콤에서 분할한 SK스퀘어 내 OTT 업체인 콘텐츠웨이브를 경쟁업체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SK브로드밴드는 디즈니플러스 대신 애플TV플러스를 통해 경쟁사에 맞불을 놓았다. 이는 ‘망 사용료’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 ‘콘텐츠가 곧 가입자’…발등에 불 떨어진 SK브로드밴드

국내 IPTV 시장이 콘텐츠 위주로 재편되면서, 국내 통신 3사의 OTT 의존도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한국IPTV방송협회가 주최한 제3회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국내 IPTV에 대한 가입자 만족도가 높지만, 3사간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라며 “어떤 제품을 사용해도 가입자 입장에서는 제품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는데, 결합상품과 같은 수직적 밸류체인에 따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통신사의 결합상품을 기반으로 한 가입자 확대에 강점은 있지만, 콘텐츠나 서비스에서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통신 3사는 IPTV를 통해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이를 통해 업체별 콘텐츠를 차별화하기 쉽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만큼 선뜻 투자에 나서기도 힘든 상태다. 현실적인 대안은 글로벌 OTT와의 협업이다.

글로벌 OTT와 협업 경쟁에서 뒤처진 곳은 SK브로드밴드다. 디즈니플러스와 계약을 맺지 못한 유일한 업체이며, 넷플릭스와는 망 사용료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애플TV플러스를 통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쟁 OTT와 비교해 한국 콘텐츠가 빈약하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가 국내로 들어올 OTT 업체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과 11번가 등 SK그룹 내 계열사가 아마존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협업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마존은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구독자 1억5000만명으로, 미국 OTT 2위를 차지했다. 올해 5월에는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매드맥스, 007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 제작사 ‘MGM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IPTV 시장은 OTT 업체 춘추전국시대다”라며 “통신사별로 한국에 진출한 OTT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협업을 위해 물밑접촉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