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대표 태블릿 PC 아이패드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한다는 큰 줄기를 확정했지만, LG디스플레이가 해당 패널의 상품화를 하기 전까지는 OLED 아이패드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플래그십(최상위) 라인업인 아이패드 프로 등에 적용된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수년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첫 OLED 스마트폰이었던 아이폰X(텐)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100%를 공급했던 사례와 비교되는데, 하나의 공급업체에 패널 공급 권한을 주는 것보다 공급망을 다원화하는 것이 안정적인 제품 운영에 유리하다는 애플의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OLED를 적용한 아이패드가 미니LED를 탑재하는 것보다 생산원가 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에 장착된 미니LED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은 약 205달러로, OLED 패널 원가인 175달러와 비교해 15% 비싸다. 약 30달러의 원가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DSCC는 부품 원가에서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애플의 특성상 전략적으로 OLED를 만드는 게 마땅하다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패널로만 추가 이윤을 챙길 기회를 애플이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크기의 아이패드 신형을 소개하고 있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애플 제공

하지만 DSCC는 LG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용 OLED 패널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시점까지 OLED 아이패드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니LED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를 비롯해 중국 업체까지 다양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고, 애플이 제시한 조건에 맞춰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IT용 OLED는 그렇지 않다.

현재 IT용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15.6인치, 13.3인치 등 다양한 형태의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또 12.4인치, 14.6인치 등 여러 크기의 OLED 패널 양산에도 들어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에만 크기가 다른 10종의 OLED 패널을 갖추기로 했다.

이 때문에 애플의 OLED 아이패드도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이 높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애플은 한 공급사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9년과 지난해, 또 올해 일부 모델의 판매 예측이 빗나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최소 주문 계약량을 채우지 못해 수천억~1조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OLED 아이패드는 이런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애플의 의지로 읽힌다. 아이폰12 미니도 삼성디스플레이가 5.4인치 패널을 단독 공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 중인 IT용 OLED 패널.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3조3000억원의 시설투자비를 책정했는데, 애플이 OLED 아이패드를 적용하겠다고 해 상당 금액이 IT용 OLED 투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아직 애플과 LG디스플레이는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는 아니지만, LG디스플레이는 IT용 LCD 대부분을 공급했던 경험을 살려 OLED 공급망에도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IT용 OLED 기술 격차는 1년 정도 벌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의 IT용 OLED 양산 리드타임(장비 발주부터 실제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빨라야 202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LG디스플레이가 양산을 적용하게 되는 3년 내에는 OLED 아이패드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이패드 OLED 적용 이후 애플은 맥북이나 아이맥 등에도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T용 OLED 시장은 애플의 진입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패널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디스플레이 업계의 노력이 치열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6세대(1500×1850㎜) 원판에서 크기별 OLED를 만들어 왔는데, 곧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이보다 원판 크기가 큰 8.5세대(2200×2500㎜)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경우 패널 원가가 더 떨어져 IT용 OLED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