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가 글로벌 OTT의 거센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 간 알력 다툼을 멈추고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관련 부처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허성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17일 한국인터넷TV(IPTV)방송협회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미디어생태계 컨퍼런스' 이후 기자와 만나 '국내 OTT 업계의 컨트롤타워 구성 요구'에 대해 "다 협의해서 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가 각각 OTT 관련 별도 법령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와 OTT 업계는 "정부 부처 간 영역 경쟁으로 비화해 중복 규제 등이 우려된다"라며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OTT 업계도 'OTT진흥법, 시장 다 내주고 나서 통과시킬 건가'라는 성명을 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한 사업자 정의 방안이 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별도 지위를 신설하려는 것은 '부처 간 OTT 관할권 다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OTT 업계가 시급히 요구하고 있는 부문은 영상 콘텐츠에 대한 사전등급분류제를 자율등급제(자체등급분류제)로 해달라는 것이다. 방송사에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은 현행 방송법에 따라 사전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후심의를 받는다. 드라마 등을 제작할 때 자체적으로 심의 등급을 매기고 추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식이다.

반면 OTT 콘텐츠는 유상으로 서비스할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사전에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는 글로벌 OTT에 비해 콘텐츠 규모가 적은 토종 OTT에 불리한 구조로 꼽힌다.

지난해 6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서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부처마다 의견이 달라 법안 통과가 답보상태다. 3개 부처가 개별적으로 법안을 내다보니, 의견 조율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5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문체부가 주무부처로, 자체등급분류사업자 허가제를 운영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에서 OTT를 방송, IPTV와 함께 방통위 규제 및 감독으로 관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뒤늦게 법안 개정에 나선 문체부와 제재 위주인 방통위보다는 과기정통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했다.

김 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관련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코멘트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