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애플에 M1용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반도체 기판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고성능 반도체 칩 M1을 내놨는데, 앞으로 자체 칩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FC-BGA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삼성전기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PC용 프로세서 M1 생산에 삼성전기의 FC-BGA 기판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 1위 일본 이비덴과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전기의 공급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M1 칩은 컴퓨터 구동에 필요한 여러 칩을 하나로 묶은 시스템온칩(SoC)을 말한다. 올해 출시된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아이맥, 아이패드 일부 모델에 M1 칩이 탑재됐다.
애플은 지난달에는 고성능 자체 칩 M1 프로와 맥스를 탑재한 최고 사양 노트북 맥북 프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M1 프로와 맥스에도 삼성전기 FC-BGA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만든 M1 칩 모든 시리즈에 삼성전기의 FC-BGA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판을 말한다. FC-BGA의 경우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고성능 칩에 주로 활용됐는데, 최근에는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FC-BGA를 사용하면서 FC-BGA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FC-BGA는 높은 안정성과 빠른 전송 속도를 필요로 하는 만큼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 현재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삼성전기 등이 FC-BGA를 양산하고 있다. 업계는 CPU와 GPU의 코어 증가로 기판의 크기가 커지면서 FC-BGA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인텔과 AMD가 만든 칩을 사용했는데, 이들이 대량 양산한 반도체보다 자신이 직접 설계한 맞춤형 반도체가 서비스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 지난해 반도체 독립을 선언했다. 이렇게 탄생한 반도체가 M1 칩으로, 애플이 설계한 M1에도 FC-BGA가 사용된다.
애플은 2022년까지 컴퓨터 제품인 맥 시리즈 전체에 자체 개발한 M1 시리즈를 탑재하기로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열린 개발자대회에서 “애플이 자체 개발한 칩(애플 실리콘)으로 완전하게 전환하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2023년부터는 애플의 모든 제품에 자체 개발한 M1 칩이 탑재된다는 것이다.
FC-BGA 경쟁력을 키우는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애플의 반도체 독립 선언이 반갑게 다가온다. 애플이 자체 칩을 생산하면 FC-BGA 시장 규모가 확대, 삼성전기의 매출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가 지난달 1조원 이상을 투자, 해외 고객사 물량을 전담하는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다. 업계는 애플에 공급하는 FC-BGA가 새로운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LG이노텍도 FC-BGA 생산을 위한 투자 검토에 나섰다. LG이노텍은 현재 스마트폰 반도체에 사용하는 FC-칩스케일패키징(FC-CSP)만 생산하고 있는데, FC-BGA가 PC를 넘어 서버용 반도체에 활용되면서 미래 먹거리로 FC-BGA 진출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FC-BGA 사업 진출 여부는 검토 중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