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AP연합뉴스

미국의 거래제한, 수출 규제 등에 따라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국 화웨이가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이 새로운 규제를 통해 화웨이 유·무선 장비가 미국 통신 네트워크에 탑재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우방국이면서 화웨이 통신장비의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 등에도 영향을 미쳐 또 다른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 사업마저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로이터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을 종합해 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겨냥한 ‘보안 장비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들 기업의 제품에 대해 허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상·하원의 압도적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FCC에 따르면, 위원회는 2018년 이후 3000건 이상의 화웨이 제품을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들 무선 장비가 미국으로 반입되는 것은 차단됐었으나 단말기, 라우터(네트워크 경로 설정 장비) 등 유선 관련 장비는 여전히 납품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이 시장까지 발을 못 붙이도록 차단된 것이며, 미국 사업을 끈을 이어가기 위해 공들여 온 화웨이로선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 등 다른 선진시장에도 상징적 의미가 있는 법안인 만큼 화웨이로선 미국 제재에도 선두를 지켜온 통신장비 사업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델오로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5세대 이동통신을 포함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매출 기준 1위를 지키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조치가 무선 접속 네트워크(RAN)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화웨이 부상을 억제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올해 3월 FCC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권 때 제정된 법률에 따라 화웨이와 ZTE, 하이테라, 하이크비전, 다화 등 중국 5개 기업을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제품 허가 자체를 막진 못했다. 이 법안은 이를 아예 원천 차단하는 취지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미국이 증거도 없이 국가 안보와 국가 권력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억압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두 축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최신 기술이 들어가 있는 반도체 수급 길이 막히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3개 분기 동안 화웨이 매출은 4558억위안(약 8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가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대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은 3분기 기준 8%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클라우드, 광업, 스마트 카 등 신규 사업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