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조한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해마다 신제품을 내놓으며 사업 지속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태블릿PC 등 다른 전자제품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워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유독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7월 스마트폰 전격 철수를 선언한 1조원 규모의 LG전자 공백 일부만 흡수해도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지만, 점유율 늘리기가 쉽지 않다. 품질과 보안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애플 등으로 양분화된 소비층의 충성도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 中 샤오미, 매년 삼성 안방서 신제품 공세
13일 샤오미에 따르면 오는 17일까지 SK텔레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티다이렉트샵과 네이버스마트 스토어 등에서 레드미 10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레드미 10은 6GB+128GB 단일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24만9700원이다. 100만원대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샤오미는 사실상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지만, 매년 신제품을 내놓으며 사업 지속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1위는 73%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다. 이어 애플(16%), LG전자(10%)가 뒤를 이었다. 샤오미를 비롯한 나머지 외산폰의 점유율은 1%에 그친다.
샤오미는 레드미 10 출시 이전 올해 3월 레드미 노트 10 시리즈와 8월 레드미 노트 10 5G를 선보였다. 지난해 역시 미 10 라이트 5G와 홍미노트 9S를 국내에 출시한 바 있다.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은 연초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에 굉장히 중요하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시장이다"라고 밝혔다.
샤오미가 삼성전자 안방인 국내에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31일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LG전자의 빈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1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해왔다. 샤오미로서는 사실상 0%나 다름없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공백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 中 부정적 인식에 '발목'
샤오미의 신제품 공세에도 한국 시장이 꿈쩍 않는 배경으로는 품질과 보안 등 중국업체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화웨이의 경우 2014년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2018년 이후 국내에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문제로 정치적 목적이나 주요 기밀, 산업 기밀 등 다양한 정보를 빼앗아 갈 수 있는 단추가 스마트폰이다"라며 "스마트폰이 항상 문제가 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한국은 중국 호감도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로 중국에 대한 신뢰 부족, 불신이 가장 크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 업체가 우리 군에 납품한 감시장비에서 중국 쪽 서버에 군사기밀을 몰래 넘겨주도록 설계된 악성코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했다. 이는 미국이 국가 보안을 이유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와중에 발생한 터라, 더 주목받았다.
샤오미 역시 보안에 대한 국내 시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샤오미는 국내 시장에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법규로 꼽히는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