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생산하고 있는 전장용 MLCC 모습. /삼성전기 제공

전장용 고용량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MLCC는 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부품이다. 자동차가 점차 전기화 및 첨단화되면서 MLCC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장용 MLCC를 육성 중인 삼성전기의 수혜가 예상된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용 MLCC 수요는 전년 대비 20% 늘어난 4490억개가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생활가전에 사용하는 MLCC는 올해 4분기부터 수요가 둔화되고 있지만, 자동차에 사용되는 전장용 MLCC는 올해 3분기부터 급격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자동차에 탑재되는 주문형 애플리케이션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동차용 MLCC 수요는 올해 4490억개를 넘어 내년 5620억개로 25%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트렌드포스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기 장치와 편의 기능이 늘어나면서 전자기기에 필요한 MLCC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에는 그동안 3000~5000개의 MLCC가 탑재됐는데, 현재 판매 중인 전기자동차(EV)의 경우 1만개 넘는 MLCC가 사용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탑재된 전기차는 이전 자동차와 비교해 2.7배, 자율주행 전기차는 3.3배의 MLCC를 탑재하고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있는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의 경우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에 사용하는 제품과 달리 안전 요구 사항 등이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MLCC의 성능이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온도와 습도, 충격 등 요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요구 사항과 달리 전장용 MLCC은 가격이 비싸 업체들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같은 용량일 때 전장용 MLCC는 가전용과 비교해 최대 2배 가까이 비싸다. MLCC 업체들이 전장용 MLCC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전장용 MLCC는 무라타, 다이요유덴, TDK 등 일본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삼성전기는 ADAS와 파워트레인 등에 사용되는 특화 제품을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1973년 창사 이후 분기 실적으로는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의 배경은 전장용 고용량 MLCC 판매 증가다.

쌀과 섞여 있는 MLCC. MLCC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머리카락 굵기(0.3mm) 수준으로 맨눈으로는 작은 점같이 보인다. 스마트폰에는 1200개 정도가 들어가고, 전기차에는 1만개 이상이 탑재된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는 지난 6월 동일 크기 기준 세계 최고 용량의 MLCC를 개발, 전기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ADAS에 들어가는 전장용 MCLL 2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ADAS는 운전자의 주행을 여러 가지로 보조하는 장치로, 자율주행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재료인 유전체 세라믹 파우더를 나노 수준으로 미세화하고, 초정밀 적층 공법을 적용하는 등 기술 내재화를 통한 제품 경쟁력 차별화 전략 펼치고 있다. 박규택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 지원팀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장용 MLCC 사업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고온·고압 라인업의 단계적 확대를 통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고신뢰성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자동차용 MLC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위 무라타는 일본, 중국, 필리핀 공장의 생산량을 10% 늘렸고, 다이요유덴(3위)과 TDK(4위)는 재료 개선, 설비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 판매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전기차 판매 확대는 MLCC 산업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