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 CI. /각 사

올해 말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은 지난 2010년 도입됐는데, 약정 기간에 얽매이지 않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다. 과거 높은 연령층에 국한된 '효도폰'에서 최근에는 20~30대 등 젊은 층 가입자도 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중소기업 위주였던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제기된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막대한 자본금을 앞세운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로 인해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울상이다. 국회 역시 법안 발의로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존폐 갈림길에 선 상태다. 다만 정부는 알뜰폰 취지가 '가계 통신비 경감'인 만큼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 통신사 매장에 붙은 아이폰13 사전예약 판매 안내문. /연합뉴스

◇ '효도폰→스마트 컨슈머' 인식 변화…알뜰폰 1000만명 시대 눈앞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992만1466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알뜰폰 가입자 수가 921만5943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기준 월평균 매달 9만명가량이 알뜰폰에 가입한 셈이다. 현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1000만명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알뜰폰은 지난 2010년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됐다. 이동통신 회사의 통신망을 빌려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로, 통신 품질은 같으면서 요금은 저렴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주로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효도폰' 인식이 짙어 젊은 층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다가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급격히 세를 확장했다. 통신사 약정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단말기로 최적의 요금제를 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알뜰폰을 이용하면 이동통신 3사를 쓸 때보다 약 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가 출시한 5G 요금제의 평균 요금은 월 6만9000원이다. 반면 알뜰폰은 월 1만5000~2만원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품질 논란도 알뜰폰 가입자 수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건수는 189만5097건이다. 4세대 이동통신(LTE)과 비교해 5G 체감 속도가 높지 않은 데다, 고가(高價) 요금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불만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 참가자들이 개소 축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 통신 3사 텃밭 된 알뜰폰 시장… "시장 진출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철수"

알뜰폰 시장은 초기 중소 업체 위주였지만, 2012년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사업에 뛰어들며 대기업 진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어 2014년 KT와 LG유플러스도 시장에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 당시 통신업계는 이동통신 3사 경쟁체제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라며 우려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는 SK텔레콤의 SK텔링크, KT의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 총 5개다.

현재 이 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 달한다. 지난 2019년 37%에서 올해 7월 기준 46.6%로 10%포인트가량 뛰었다. 알뜰폰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가 자금력을 동원해 중소 알뜰폰 가입자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3년 단위인 도매대가 일몰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3년마다 연기해주는 식으로 지금까지 (알뜰폰 사업이) 오게 됐다"라며 "다음번에 없어질 수도 있는 만큼 중소사업자는 불안하게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SK텔레콤의 경우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업계와 상생하겠다"라며 사실상 철수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3사와 중소업계는 현재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지난해 10월 "통신 3사 자회사들이 3년 내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협회에는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도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당시 업계 관계자 입장으로 한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이후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고, (통신 3사 자회사를) 회원사로 두지 않는 것보다 회원사로 두고 사업적으로 논의하는 게 실익이 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