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신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으면서 업체 간 OLED 기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OLED는 LCD와 비교해 명암비, 색재현율, 응답속도 등에서 월등한 성능을 내고 있지만, 유기물인 OLED 소자를 사용해 LCD와 비교해 어둡다는 단점이 있다. OLED 밝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자를 더 많이 입히면 되지만 화면을 꺼도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잔상)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업체들은 번인 없이 OLED 밝기를 높이는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3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대 1700니트(nit·1nit는 촛불 하나의 밝기)의 정보기술(IT)용 OLED를 개발, 내년 출시될 갤럭시S22에 탑재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요청에 맞춰 삼성디스플레이가 역사상 가장 밝은 OLED 패널 개발을 완료,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라며 “갤럭시S22에는 애플 아이폰13의 1200니트, 갤럭시S21의 1500니트를 훌쩍 넘는 밝기의 OLED 패널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미국 IT매체 포켓나우는 “갤럭시S22에 탑재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역대 나온 OLED 가운데 가장 밝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OLED 패널 밝기가 수년 내 LCD TV 수준인 2000니트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밝기를 개선할 수 있는 배경에는 OLED 패널 기술인 투 탠덤(2 Stack Tandem)이 있다. 이 기술은 적색(R)과 녹색(G), 청색(B) 소자로 구성된 OLED 발광층을 기존 한 겹(싱글 스택)에서 두 겹(투 스택)으로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발광층을 기존보다 2배로 두껍게 만들기 때문에 OLED 패널 자체의 밝기와 유기물 소자의 수명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야외 사용 빈도가 높아 햇빛 아래에서 잘 보이는 게 중요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OLED에 적합하다.
LG디스플레이도 투 탠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용 OLED 패널에 적용, 양산한 경험이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 중인 제품은 1000니트 수준의 밝기를 보이고 있지만, 고객사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1500니트 이상의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를 양산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라며 “밝기를 높이는 정도는 LG디스플레이에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LG디스플레이는 OLED 밝기를 높이는 상황에서 번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솔루션 개발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을 미세하게 조정해 번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알고리즘과 화면 밝기를 낮춘 상황에서도 세부 묘사를 개선하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술은 이전부터 있었는데 OLED 밝기가 밝아지면서 번인 우려가 커짐에 따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밝기를 개선하는 차세대 기술로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RGB 소자 전체를 발광원으로 사용하는 기존 OLED와 달리 QD-OLED는 청색 소자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밝기를 높이는 데 사실상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내년 초 QD-OLED TV에 적용한 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OLED는 LCD보다 어둡다는 게 한계로 거론됐는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OLED가 모든 부분에서 LCD를 압도하기 시작했다”라며 “OLED의 가격만 조금 더 내려간다면 OLED로의 전환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