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형 아이폰13의 카메라 모듈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이 연초 세운 시설투자 계획을 확대 수정하면서 공급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경쟁자인 중국 업체가 공급망에서 탈락하고, 일본 업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애플 공급망 내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넓히겠다는 것이다.

LG이노텍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통해 광학솔루션 사업의 신규 시설투자 계획을 기존 5478억원에서 8355억원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투자기간은 올해 2월 17일부터 12월 말일까지로, 바뀌지 않았다. LG이노텍은 “고객사 수요 증가에 따른 케파(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투자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애플 카메라 모듈 공급이 주력이다.

이번 시설투자 계획 변경은 최근 출시된 애플 아이폰13과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SE 5G 등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올해 애초 예상보다 공급 물량이 크게 확대됐는데, 경쟁사인 중국 오필름이 신장위구르 인권침해 문제로 애플 공급망에서 탈락한 데 따른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경쟁사 일본 샤프도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을 멈춘 것이다. 샤프가 공급을 줄인 양만큼 LG이노텍이 공급을 늘렸다. 샤프는 올해 애플이 아이폰13 전 모델에 장착한 ‘센서 시프트’ 기술 확보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서 시프터는 손떨림방지를 위해 이미지센서를 움직여 오차를 보정하는 기술로, 현재 아이폰13에 들어간 센서 시프터는 전량 LG이노텍이 공급하고 있다.

이런 경쟁사 부진으로 올해 애플 카메라 모듈 공급 점유율을 LG이노텍이 70% 이상을 독과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애플 카메라모듈 공급망에서 LG이노텍 비중은 50% 수준이었다.

LG이노텍은 애플의 가상현실(VR) 사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VR 헤드셋에 필수적인 3차원(3D) 비행거리측정(ToF) 모듈 공급을 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LG이노텍은 애플 태블릿PC인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12 프로에 ToF를 공급했고, 올해 아이폰13 프로에도 같은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에 장착된 3D ToF 모듈을 활용한 AR(증강현실) 기능. /애플 제공

ToF는 카메라로 물체에 빛을 비춰 반사돼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 카메라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재고 이를 기반으로 3D 디지털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보통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광원으로 쓰고 있다. ToF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공간을 실제와 거의 동일하게 구현하는 데 중요한 기술로 여겨진다. LG이노텍은 ToF 모듈을 마이크로소프트에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LG이노텍의 실적도 오르고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 매출 3조7976억원, 영업이익 33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1.4%, 영업이익은 209.8% 증가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와 3D 센싱모듈(ToF) 등 고성능 카메라 모듈 신제품의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했다. 특히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100% 증가한 2조9098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회사 매출의 76.6%에 달한다.

호조세인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는 매년 시설투자 금액도 늘리고 있다. 지난 2019년 광학솔루션사업부는 2821억원의 시설투자를 했는데,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4798억원을 시설투자액으로 책정했다. 이어 올해 초 5478억원으로 투자액을 늘렸고, 1년도 지나지 않아 투자액을 다시 확대 편성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13의 공급망 이슈로 종전 대비 목표 생산이 감소하긴 했지만,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사업부)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며 “경쟁사 생산 차질로 애플 내 점유율이 증가해 컨센서스(전망치)를 상회한 큰 폭의 성장을 실현했다”고 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1조2400억원, 내년 1조1800억원으로 연간 1조원 시대를 예상한다”라며 “”애플 내 카메라 모듈 경쟁력 확보로 선제적인 개발 참여와 주도, 보급형 모델까지 점유율이 증가해 높은 가동률과 평균공급단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당분간 애플과 LG이노텍의 밀월은 계속될 전망이다. 애플이 최근 폴디드 카메라 특허를 등록, 모듈 공급을 LG이노텍에 맡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폴디드 카메라는 잠망경 형태의 망원 카메라 모듈로,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가로배치해 카메라 모듈의 무게를 줄이고, 광학 줌 성능을 확보했다. 박 연구원은 “2분기 애플 보급형 SE의 신모델 출시, VR 헤드셋 출시 과정에서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 공급을 담당할 것”이라며 “애플이 폴디드 카메라 채택 과정에서 LG이노텍을 중심으로 개발 및 공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