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퍼블리싱(유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카카오게임즈가 ‘유통과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기 위해 경영이원화에 나섰다. 각자대표들이 서로 집중할 영역과 권한, 책임 등을 명확히 나눔으로써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남궁훈(왼쪽)·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 /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남궁훈 대표와 조계현 대표의 역할을 분담하는 내용의 경영체제 변경을 알렸다. 남궁훈 대표는 기존에 맡고 있던 경영 및 개발, 신사업 부문에 추가로 북미, 유럽 법인장을 겸직한다. 조계현 대표는 퍼블리싱 사업 부문과 아시아권 시장을 담당한다.

게임업계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영체제 개편을 두고, 본격적으로 ‘개발과 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게임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 카카오게임즈는 그간 유통 계약의 지속 또는 종료에 따라 회사 매출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펄어비스 ‘검은사막’의 북미 유통권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 2분기에 계약이 종료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다른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게임 개발 역량을 회사 안으로 들이고 있다. 2019년 출시한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달빛조각사’를 개발한 엑스엘게임즈를 지난해 2월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12월에는 배틀로얄 장르 게임 ‘블랙서바이벌’을 개발한 넵튠 지분 31.66%를 확보하며 단일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세컨드다이브, 오션드라이브, 리얼리티매직 등의 개발사에도 투자를 통한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게임업계 최대 히트작인 ‘오딘: 발할라라이징(오딘)’을 내놓은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지분 21.58%를 갖고 있는 2대주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의 지분 8%만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2분기 2차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투자 지분 추가 매수 청구가 가능한 콜옵션 계약도 맺었다. 현재 라이온하트의 1대주주는 김재영 라이온하트 대표지만, 콜옵션을 행사하면 카카오게임즈로 1대주주가 바뀐다.

님블뉴런이 개발한 PC 게임 ‘이터널 리턴’. /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는 이 개발사들의 게임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내년 1분기 출시가 예정된 PC 온라인 생존게임 ‘디스테라’는 리얼리티매직이 만든 게임이다. 님블뉴런이 개발한 ‘이터널 리턴’의 북미·유럽 서비스도 카카오게임즈가 맡았다. 님블뉴런은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인 넵튠이 소유한 개발사다.

남궁 대표는 “플랫폼으로 시작해 퍼블리셔(유통사)로 성장한 카카오게임즈의 특성상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해외시장 개척이다”라며 “지속적인 자체 개발과 개발사 투자를 통해 여러 개발사를 보유한 스튜디오 경영 체계를 갖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남궁 대표가 경영체제 개편 이후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등 회사의 ‘변화’를 맡게 됐다면, 조 대표는 지금까지 카카오게임즈가 잘해왔던 부분을 더욱 성장시키는 ‘안정’에 방점을 찍는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 최고 히트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대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오른쪽 두번째)를 포함한 회사관계자들. /카카오게임즈 제공

국내와 아시아권을 총괄하는 조 대표의 경영체제 변경 후 첫 번째 프로젝트는 ‘오딘: 발할라라이징’의 대만 진출이다. 오딘은 올해 카카오게임즈 매출의 상당수를 책임진 게임으로, 대만의 경우 국내 게임시장과 성향이 비슷해 어느 정도 흥행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오딘은 내년 1분기 대만 진출이 예정돼 있으며, 현재 게임 출시를 위한 현지화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국내 출시가 기다리고 있다. 이 게임은 올해 3월 일본 출시 이후 줄곧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대작으로, 업계는 국내 흥행 가능성 역시 대단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영체제 개편은 그간 자회사 또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축적해 온 게임 개발 역량을 게임 유통으로 잇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라며 “남궁훈 대표에게는 해외 시장 등 회사의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미션을, 조 대표에게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역할을 맡겨 두 각자 대표가 최고의 상승효과를 내게 하겠다는 게 카카오게임즈의 사업 전략으로 읽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