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와 네이버, KT 등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구축을 위한 통신방식 단일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를 통해 디지털 뉴딜 핵심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그러나 통신방식 단일화는 이르면 2024년에야 지정될 것으로 예상돼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C-ITS 사업을 추진했던 지방자치단체는 아예 통신방식을 제외하고 사업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 간의 알력 다툼까지 더해지며 오락가락한 기준에 기업이 투자마저 꺼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 C-ITS 차량통신 기술 점검… 삼성·네이버·KT ‘지원사격’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차량사물통신(V2X) 산업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차세대 C-ITS 통신방식 단일화를 위한 공동작업반에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과기정통부와 국토부, 전자기술연구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도로공사,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ITSK) 등이 공동작업반을 구성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 삼성전자, 네이버랩스, KT 등이 참석한 만큼 이 기업들도 공동작업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C-ITS는 주행 중인 차량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 사고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주는 기술이다. 기존 ITS보다 발전한 기술로, 자율주행 시스템 안전성 확보에 필수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와이파이 계열의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WAVE)과 이동통신 방식의 롱텀에벌루션차량통신기술(LTE-V2X) 등 통신방식 단일화가 우선이다.
정부는 올해 4분기부터 전국 주요 고속도로 구간에서 DSRC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이후 내년부터 LTE-V2X도 시범사업을 진행해 두 기술을 비교한 뒤 오는 2024년 최종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자율주행 산업은 디지털 뉴딜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국내 자동차 산업 및 도로·교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발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육성, 선도기술 확보 등 자율주행 기술 발전 및 산업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반복되는 기술검증에 지친 기업…C-ITS 추진 지자체는 사업 차질
정부의 C-ITS 통신방식 단일화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관련 민간기업과 사업을 추진하던 지방자치단체는 지쳐가고 있다.
애초 정부는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에 C-ITS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었다. 이미 기술 검증을 마치고 2014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던 DSRC 방식이 유력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LTE-V2X 채택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DSRC를 추진했던 국토부와 견해차를 나타냈다. 쟁점은 안전과 기술이다. 국토부는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으로 안전성을 검증한 만큼 DSRC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과기정통부는 기술 진보 가능성을 고려해 LTE-V2X를 채택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에 따라 C-ITS 인프라 관련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방식 단일화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투자를 할 수 있겠냐”라며 “더는 투자하지 못하겠다는 업체가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C-ITS 구축 사업을 진행하려 했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애초 정부는 올해 3월 ‘한국판 뉴딜의 중심’ C-ITS로 완전자율주행시대를 가속화하겠다며 전국 약 40곳의 지자체의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C-ITS 구축 사업을 진행하려 했던 곳은 대전시, 단 1곳뿐이었는데 통신방식 단일화가 늦어져 올해 사업 진행은 어렵게 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 C-ITS 추진하려 했지만, 통신방식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이를 제외하고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라며 “이로 인해 사실상 C-ITS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