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팹(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넘기 위해 내년 상반기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의 신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업계 최초로 도입, 레거시(숙성) 공정을 유지하겠다는 TSMC와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심산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3㎚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7일 오전 2시 온라인으로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이런 내용의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GAA를 3㎚ 양산에, 2023년에는 3㎚ 2세대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어 2025년에는 GAA 기반한 2㎚ 공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 중 3㎚ 파운드리 양산이 가능하다면, 이는 업계 1위 TSMC를 넘어 업계 최초 사례로 남는다.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내년 7월부터 3㎚ 양산에 들어가는데,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대상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협력사 등과 기술을 공유하는 행사에서 “2022년까지 3㎚ 공정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때문에 업계는 세계 최초 3㎚ 파운드리의 영예가 TSMC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으나,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양산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잡으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의 경쟁에서 따라가는 입장이었던 삼성전자가 이번 3㎚ 양산 계획 발표로, 업계 기술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나노시트 구조를 적용한 GAA 기술을 3㎚ 공정에 활용한다. 이 경우 핀펫(FinFET) 기반의 5㎚ 공정에 비해 성능은 30% 향상되고, 전력소모는 50% 줄어들며, 칩 면적은 35%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25년부터 적용되는 2㎚ 공정에서는 이보다 앞선 3세대 GAA가 도입된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3㎚ 고객사가 과연 어디일 것인가다. 현재 관측으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사업부인 삼성전자LSI가 유력하고, 세계 4대 팹리스로 꼽히는 미국 AMD도 주요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AMD가 내년 말쯤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새 GPU에 삼성전자의 3㎚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본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이날 파운드리 포럼 기조연설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GAA 등 첨단 미세공정 뿐 아니라 기존 공정에서도 차별화된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다”라며 “고객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포럼에서 신기술인 17㎚ 핀펫 공정도 소개했다. 17㎚ 핀펫 공정은 28㎚ 공정 대비 성능과 전력효율이 각각 39%, 49%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면적은 기존 대비 43% 줄어든다. 17㎚ 신공정은 평면 트랜지스터 기반 28㎚ 이상 공정을 주로 활용하는 이미지센서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IC) 등에 적용할 수 있어 사용처가 다양하다.

삼성전자는 기존 14㎚ 공정을 3.3V(볼트) 고전압, 내장형 M램(eMRAM) 지원 등 다양한 옵션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기기 등에 폭넓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