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9세대. /애플 제공

삼성전자(005930)·애플·샤오미가 보급형 태블릿PC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시장 경쟁을 본격화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수업・재택근무 등을 위한 태블릿 수요가 매 분기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3사는 넓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여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보급형 제품에 힘을 주고 있다. 이 시장에서 이미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의 40만원대 보급형 ‘아이패드’의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삼성과 샤오미의 견제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과 삼성의 2분기 태블릿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9% 늘었다. 전체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5% 성장했다. 이 중 애플이 점유율 35%로 선두고, 삼성이 18%로 따라붙고 있다. 그간 점유율이 크게 오르지 못했던 샤오미는 3분기에 3년 만에 신제품을 들고 나와 경쟁을 예고했다.

아이패드 라인업 중 40만원대 보급형 제품은 삼성과 샤오미 등 경쟁 업체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분류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44만9000원의 8세대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프로·에어를 포함한 전체 시리즈 출하량의 5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37%로, 보급형 8세대 아이패드로 시장의 20%를 차지한 셈이다. 이는 시장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같은 수준이다.

8세대 아이패드는 비슷한 가격대 제품 중 최고 수준 성능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를 탑재했고, 10.2인치 디스플레이와 애플펜슬을 지원해 교육용 등으로 인기가 있었다.

애플이 14(현지시각) 공개한 아이패드 9세대. /애플 제공

애플은 지난 24일(현지시각) 같은 값에 성능을 높인 9세대 아이패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며 하반기 시장 장악에 나섰다. 9세대 아이패드는 애플이 자체 제작한 AP인 A13 바이오닉을 장착했다. 아이폰11 시리즈에도 쓰였던 것이다. 3GB(기가바이트) 램, 2160×1620 해상도를 지원하는 10.2인치 디스플레이, 8557㎃h(밀리암페어시)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건 3년 만에 시장에 돌아온 샤오미다. 신제품 샤오미 패드5(미패드5)의 국내 가격이 44만9000원으로 9세대 아이패드와 같다는 점이 흥미롭다.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60 사용한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에 장착된 스냅드래곤 865보다 한 수 낮은 성능이다. 6GB 램, 해상도 2560x1600 11인치 디스플레이, 배터리 8720㎃h를 채용했다.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지난 16일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아이패드9는 엔트리급(보급형)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 제품과 비교가 안 된다”라며 “부품 가격, 디스플레이 유형 등을 종합하면 샤오미 패드5는 아이패드 프로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만의 마진을 얻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최적의 가격을 선보이겠다”라고 했다.

레이진 샤오미 회장이 지난 8월 10일 태블릿 신제품 미패드5를 공개했다. /유튜브 캡처

삼성은 올해 애플과의 직접 경쟁은 되도록이면 피하겠다는 모양새를 그린다. 2019년 갤럭시탭S5e, 지난해 갤럭시탭S6라이트 등 40만원대 제품을 내놨던 삼성은 올해 후속 모델로 64만9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갤럭시탭S7 FE(팬에디션)을 출시했는데, 스냅드래곤 778G를 장착하고 있어 AP성능이 9세대 아이패드와 미패드5보다 낮다는 평가다. 대신 12.4인치 디스플레이를 넣어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최근 해외 IT매체들은 IT팁스터(정보 유출 전문가)를 인용해 삼성이 이르면 다음 달 새로운 보급형 제품 ‘갤럭시탭A8 2021′을 출시할 것으로 봤다. 스냅드래곤660과 성능이 비슷한 중국 칭화유니의 유니SOC 시리즈를 AP로 쓰고 기존 A시리즈와 비슷한 10인치대 디스플레이, 30만원대 가격을 앞세울 것이란 전망이다. 전망이 맞다면 이 제품 역시 애플, 샤오미와 직접 경쟁 대신 저가용 시장을 노리게 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제품 출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태블릿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기존에 태블릿을 꾸준히 사용하지 않았던 소비자층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 제조사들이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갤럭시탭S7 FE. /유튜브 캡처
갤럭시탭A8 2021 예상 렌더링 이미지. /샘모바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