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혼자 만의 공간이던 인터넷을 사회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밖에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졌고, 우리는 집 안에서 메타버스에 접속해 타인과 교류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코로나 이후에도 메타버스에서 많은 이들이 이뤄지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시초로 불리는 게임 ‘세컨드라이프’의 개발자이자 ‘메타버스 몽상가’로 불리는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창립자는 28일 온라인 개막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조강연으로 마련된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CVO)와의 대담에서 “1990년 처음 들었던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은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화제가 됐다가 잠시 사라졌지만, 지금으로 모두가 얘기하고 있다”라며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에서도 사회적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 플랫폼으로, 린든랩이 세컨드라이프의 모든 것을 통제했다면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어느 누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탈중앙화 개념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일부의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일시적 유행이라고 보기도 한다”는 정 CVO의 말에 로즈데일은 “세컨드라이프를 예로 들자면, 우리는 충분한 사회적 경험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은 대면 서비스를 좋아했다”라며 “우리가 다양한 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는 더 발전하고, 활발해 질 것이다”라고 했다.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창립자가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다만 로즈데일은 메타버스의 경험성을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의 더딘 발전은 메타버스의 확장에 발전에 저해가 되고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정 CVO 역시 영화 ‘레드 플레이어원’에서 나타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기가 현재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즈데일은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메타버스에 진입하기 위한 기기는 아직 없다는 게 현재의 한계점이다”라며 “지금은 (오큘러스와 같은) VR 고글을 쓰고 있다가 전화가 오거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고글을 벗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메타버스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다”라고 했다.

정 CVO는 “애플이 내년 공개한다고 알려진 AR 안경이 스마트폰 확대에 아이폰이 기여한 것처럼 (메타버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했다. 로즈데일은 “개인적으로 애플은 수많은 기술 분야의 초기에 훌륭한 제품들을 내놨지만, 이런 기술을 통합해서 VR기기로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라며 “VR(기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10년은 지나야 수억명이 사용하게 되는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 /조선비즈

현재의 메타버스는 코로나19의 안티테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현실세계에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 모였다는 것이다. 정 CVO는 “코로나19가 내년쯤 끝날 것이란 예상이 있고, 그 이후에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메타버스가 우리의 미래라고 볼 수 있나?”라고 물었다. 로즈데일은 “코로나19는 꽤 오래 지속됐고,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고, 사람들은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러 기대가 있다”라며 “한가지 분명한 점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통해서 지구 반대편이라도 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해외 왕래가 자유롭게 되더라도 경제적으로 메타버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라고 했다.

‘인피니트 오피스’는 그런 메타버스 경험이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평가 받는다. 인피니트 오피스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공개한 가상 사무실 환경으로, 지난 2014년 페이스북에 인수된 오큘러스의 VR기기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로즈데일은 “(인피니티 오피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며 “노트를 공유하고, 화이트 보드에 글씨를 쓰는 등의 행위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를 시청하던 관람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시청자는 “하드웨어가 아닌 메타버스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로즈데일은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많은 경험과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데, 이런 경제적 활동을 어떻게 할 수 있게 하는지가 과제일 것이다”라며 “이를 둘러싼 기술적 문제, 정부의 규제,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고, 메타버스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올바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규제와 과세에 대한 시청자 질문이 있었다. 또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냐는 것도 물었다. 로즈데일은 “매우 균형을 잡기 어려운 문제지만, 향후 메타버스 내에서 해당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라며 “다만 메타버스는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된 개념이 아닌 만큼 전 세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을 만큼의 (약한) 규제와 (저율) 과세가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본다.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창립자 겸 세컨드라이프 개발자와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가 대담 중이다. /조선비즈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메타버스의 어두운 단면으로 여겨진다. 로즈데일은 “시스템이 복잡해지면 더 많은 문제가 노출될 것이고, 부모들은 현실세계는 물론 가상세계에서 자녀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될 지를 걱정하게 될 것이다”라며 “거버넌스(적절한 관리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로즈데일은 마지막으로 “세컨드라이프를 처음 만들었을 때, 게임이 아닌 국가를 만들었다고 했다”라며 “메타버스 내에서 유의미한 사회적 경험을 만들어 낼 경우 우리는 앞으로 어느 국가, 어느 공동체의 일원인가를 묻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것이 메타버스의 영감이 되는 부분이다”라며 “지금은 ‘나는 뉴요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즈데일은 “사람들은 메타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라며 “하지만 나는 메타버스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수록 그것이 덜 해롭고, 오히려 긍정적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평소 만날 수 없는 사람과 메타버스에 모여 하나의 회사를 차릴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개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런 부분을 중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우려들은 메타버스가 사회적으로 개방되면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