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상공간)는 혼자 만의 공간이던 인터넷을 사회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밖에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졌고, 우리는 집 안에서 메타버스에 접속해 타인과 교류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코로나 이후에도 메타버스에서 많은 들이 이뤄지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의 시초로 불리는 게임 ‘세컨드라이프’의 개발자여서 ‘메타버스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창립자는 28일 온라인 개막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조강연으로 마련된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CVO)와의 대담에서 “1990년 처음 들었던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은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화제가 됐다가 잠시 사라졌지만, 지금은 모두가 얘기하고 있다”라며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에서도 사회적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 플랫폼이다”라고 했다.
‘코로나가 앞당긴 새 질서, 새 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 첫째날 행사는 조선비즈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로즈데일의 기조강연은 화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해 16시간의 시차를 뚫고 한국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정지훈 CVO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 CVO는 “코로나19가 내년쯤 끝날 것이란 예상이 있고, 그 이후에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메타버스가 우리의 미래라고 볼 수 있나?”라고 물었다. 로즈데일은 “코로나19는 꽤 오래 지속됐고,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고, 사람들은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러 기대가 있다”라며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통해서 지구 반대편이라도 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해외 왕래가 자유롭게 되더라도 경제적으로 메타버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라고 했다.
하드웨어의 더딘 발전, 청소년 범죄 노출 가능성 등 메타버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로즈데일은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메타버스에 진입하기 위한 기기는 아직 없다”라며 “지금은 (오큘러스와 같은) 가상현실(VR) 고글을 쓰고 있다가 전화가 오거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고글을 벗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메타버스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복잡해지면 더 많은 문제가 노출될 것”이라며 “거버넌스(적절한 관리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메타버스란 큰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나 리 사물인터넷(IoT)&혼합현실(MR) 아시아기술영업부문 총괄이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기반 기술인 ‘디지털 트윈’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 기계, 장비, 건물, 교통망 등을 디지털로 똑같이 구현한 것을 말한다.
리 총괄은 “현실과 디지털 간 데이터 동기화를 통해, 사물의 실제 상태를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게 디지털 트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면서 “과거 추적은 물론 미래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는 제조·유통·건설·의료 등 분야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뒤바꿀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출시한 SK텔레콤의 전진수 메타버스 컴퍼니(CO)장은 “이프랜드에서 다양한 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하루 수천개 방이 생길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라며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이 공간에서 해소하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의 확장현실(XR) 솔루션 전문기업 트리거의 제이슨 임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디렉터(ECD)는 “코로나로 소비자가 행동하는 방향과 기대, 소비가 크게 변화했다”라며 “매장 방문 감소, 오프라인 행사 감소 등의 변화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뒤이은 클라우드 세션에서는 김종 KT IT부문 인프라서비스본부 클라우드 플랫폼담당 상무, 정낙수 네이버 클라우드 클라우드 테크 프론티어 리더, 최정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개발팀장이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물리적 서버를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데서 이제는 처음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네이티브(native)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메타버스, 클라우드 같은 테크업계 주요 트렌드를 다룬 첫날 콘퍼런스는 누적 시청건수 2200회(28일 오후 4시 기준)를 돌파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은 “무료로 유익한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 종식이 임박한 시기, 변곡점에 있는 기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자리” “‘메타버스 대부’의 솔직한 생각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서 기대 이상의 수확을 본 느낌”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첫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 받은 연사 중 한 명은 버추얼(가상) 휴먼 ‘수아’였다. 환영사에 깜짝 등장한 수아는 스마트클라우드쇼와 메타버스에 대해 소개하며 콘퍼런스의 포문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수아는 “저는 실제 사람이 아니지만 메타버스에서 진짜 사람처럼 소통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라면서 “메타버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쌍방향으로 연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조선비즈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은 29일에도 조선비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둘째날 기조연설은 ‘인공지능(AI) 분야의 교과서’로 평가되며 18개국, 1500여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 중인 ‘인공지능’의 저자이자 미국 UC버클리 AI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AI 최고 석학’ 스튜어트 러셀 미국 UC버클리대 컴퓨터과학 교수가 영상으로 국내 독자들과 만난다. 그는 AI를 어떻게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성장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의 폴 데이비슨 CEO가 실시간으로 회사 인기 비결, 향후 성장 전략 등에 대해 공유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참여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클럽하우스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세계적인 SNS로 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폴 데이비슨이 국내 콘퍼런스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웹툰 보는 방식을 파격적으로 변신한 카카오웹툰, 세계적인 SNS 플랫폼 트위터의 플랫폼 전략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다.
조선비즈 유튜브에서 미리 알림설정을 해놓으면, 놓치지 않고 역대급 연사를 만날 수 있다. 오프닝은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