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52s 5G’에 ‘램(RAM) 플러스’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사양인 램 용량을 가상으로 늘리는 기술이다. ZTE·오포·비보·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하거나 도입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면서 이 기술이 스마트폰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인도 등 국내외 일부 국가에서 출시된 갤럭시A52s 모델을 대상으로 램 플러스 기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배포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 인도 웹사이트를 통해 갤럭시A52s 5G의 출시를 알리며 “최적화된 메모리 확장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더 빠르게 실행하고 효율적으로 멀티태스킹(다중 작업)할 수 있는 램 플러스 기능을 추가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램 플러스는 중국에선 ‘램 부스트’, ‘램 터보’ 등으로 불리며, 더 일반적으로는 이미 PC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가상 램’ ‘가상 메모리’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여러 앱을 한 화면에 동시에 띄우거나 백그라운드에 켜놓고 전환해 사용하는 멀티태스킹 작업으로 스마트폰이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아지면, 정보 처리소인 램(주기억장치)의 용량이 모자라 앱 실행 속도가 느려지거나 강제 종료되는 일이 벌어진다.
가상 램은 정보 저장소인 보조기억장치의 용량 일부를 가져와 램 용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사무 작업에 비유하자면 서류(정보)를 쌓아두고 작업하는 책상(램)을 더 넓게 쓰기 위해 창고(보조기억장치)의 일부 공간을 빌리는 방식이다. 최신 스마트폰은 통상 4~12GB(기가바이트) 용량의 램을 탑재하는데, 여기에 4~8GB 정도의 가상 램이 더해질 수 있다고 업체들은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저마다 기기 대화면화와 인터페이스(UI) 개선으로 끌어올린 멀티태스킹 효율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와 동시에 요구되는 램 용량을 고비용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없이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기술로 가상 램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멀티태스킹 지원’을 내세운 원UI 3.0 업데이트와 함께 램 플러스 기능을 추가했고, 램 용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저가 모델에 우선 적용한 만큼 이런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IT매체들은 이것이 새로운 기술이 아니고, 실제 램을 늘리는 만큼의 기기 성능 향상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조기억장치는 정보 저장 기능에 특화돼 있어 램 용량으로 할당해도 램만큼의 연산 성능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활용이 제한적이었던 기술을 올해 들어 업체들마다 개선하고 멀티태스킹용 램 용량 확보라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잇따른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램 플러스 적용 지역(국가)이 확대될 예정이다”라며 “적용 모델 확대 역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