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대표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솔로 레벨링'이라는 해적판으로 왓패드에 올라와 있는 모습. 현재는 삭제됐다. /왓패드 캡처

네이버가 올해 1월 6600억원(6억달러)을 들여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국내 웹소설·웹툰 불법 번역판이 무더기로 유통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작가들은 공들여 만든 작품이 공짜로 풀리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거대 플랫폼에서 벌어진 불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네이버 측은 "해적판 신고를 받는 즉시 이를 삭제하고 있으나, 우리 역시 피해자다"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불법 복제물의 유통 창구가 네이버의 관리·감독 영역에 있다면, 100%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네이버 포털 안에서처럼 콘텐츠 필터링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고, 법적 책임도 질 수 있다"라고 했다.

수요·공급자가 쉽게 만나 계약(거래)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해준다는 취지로 소정의 통행세(수수료)를 받으며 '플랫폼 공룡'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막상 불공정 거래가 일어났을 때는 뒷짐을 지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웹툰 유통뿐 아니라 온라인쇼핑 중개, 소상공인 대상 광고사업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 중개해준다는 네이버, 분쟁 생기면 떠넘기거나 방관

"네이버 분쟁센터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해결해주는 것도 없고 결국엔 소비자고발센터로 가라 하니까요."
"판매자는 연락도 잘 안 되고 분쟁 때문에 분쟁조정신청을 하는데, 판매자와 알아서 협의하라니. 중재해줘야 할 네이버 측 태도에 답답합니다."

네이버가 오픈마켓으로 직접 운영 중인 '스마트스토어' 관련 제품 하자로 판매자와 갈등을 겪은 소비자들이 네이버 블로그에 토로한 반응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중 40%가량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피해 입증 자료를 미흡하게 제출했거나 판매자 신원정보가 미상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는 키워드·블로그 광고 등의 방식으로 네이버 광고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는 소상공인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블로그 광고가 대표적이다. 블로그 광고는 네이버가 대행업체를 통해 확보한 파워블로그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 키워드 검색 시 상단에 올라가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상호 등이 얼마나 노출돼 어느 정도의 홍보 효과를 봤는지 알 수 없다. 이를 악용해 소상공인 대상 블로그 광고로 '대박을 낼 수 있다'라며 접근하는 악성 마케팅 업체도 여러 곳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광고업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소상공인 업계에선 네이버가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방관하고 있어 광고비 지출만 늘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운영사업자를 전자게시판 서비스 제공자로 분류해 책임을 분류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업자가 대부분이다"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정보 제공, 적극적인 중재 등 플랫폼 운영 사업자의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한 행사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연합뉴스

◇ 규제 기로 선 네이버, 중개 이상의 역할 해야

온라인플랫폼이 단순 중개 역할뿐 아니라 거래를 하는 중요한 '보증 수표'가 되고 있지만, 현행법은 시장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시대를 맞아 플랫폼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소비자가 플랫폼 운영사업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배상책임이 포함됐다.

유동수 의원실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플랫폼 내 입점사보다 플랫폼 자체의 영향력 등을 믿고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피해 사례 발생 시 플랫폼 사업자들은 입점사에 책임을 떠 넘기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이런 피해 사례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국회에서는 네이버 등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제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러나 "한성숙 대표를 포함해 네이버 내부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려서 생긴 독점일 뿐,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외부 시각에는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정무위 윤창현 의원은 "네이버에 가면 다 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자연 독점이 일어나고 있으나, 가진 힘을 그대로 행사하면 독점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다"라면서 "이를 내부적으로 점검,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두지 않으면 제3자의 철퇴가 불가피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