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부족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의 상승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판매 가격이 20%가량 비싸졌다. 하반기 TV 판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TV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23%, LG전자는 19.5% 상승했다. TV는 일반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설비 확보 등 추가적인 투자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생산 설비의 감가상각과 부품 가격의 인하 효과 등으로 판매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올해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LCD 패널 가격이 상승세였던 지난 2017년 한 차례(전년 대비 9.7% 상승)를 제외하고 매년 TV 평균 판매 가격이 하락해 왔다. 지난 5년간 평균 하락률은 2%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당시에도 10% 이상 가격이 뛰지는 않았다”라며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상당히 특이한 시장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LCD 생산라인에서 패널 점검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업계는 TV 평균 판매가격이 뛴 것에 대해 올해 초 심각해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MC) 등 TV용 반도체 수급 상황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 LCD 패널 가격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전자는 반기보고서에서 TV 평균 판매 가격에 대해 “상반기 (LCD) 패널가 상승 및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2020년 대비 상승했다”고 했다.

특히 지난 몇 년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오른 LCD 패널가격은 TV 판매 가격의 상승뿐 아니라 제조사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LCD 패널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지난 2019년 하반기 이후 지난 2분기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CSOT, 대만 AOU 등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입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4조5277억원을 패널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디스플레이 매입액은 2조2756억원으로, 1년 사이 매입액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의존이 낮은 LG전자의 TV용 LCD 패널 매입액도 1분기 1조2878억원, 2분기 1조2946억원으로 늘고 있다.

LG전자 롤러블 TV ‘시그니처 올레드 R’. /LG전자 제공

하반기에는 TV 평균 판매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 LCD 패널 가격은 지난 8월 이후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으나, 누적된 수익 악화 탓에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주력 제품을 조정하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의 경우 과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TV 평균 판매 가격이 올랐는데, 이는 당시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울트라(UHD) TV의 판매 비중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코로나19 델타 확산으로 인한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로 TV 평균 판매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중이다. 베트남 공장의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생산량 증대, 장비 감가상각으로 OLED TV 가격이 평균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70인치 이상 대형 TV에 주력하면서 평균 판매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OLED 전환 이전에 현재 수익을 낼 수 있는 미니발광다이오드(LED) TV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하고,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로 공급도 제한적이어서 TV 가격의 상승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