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최신형인 엑시노스2200을 내놓는다.
엑시노스2200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가칭)에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병행 채용이 유력한 퀄컴 최신 스냅드래곤 895(가칭)와 다시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애플이 오는 9월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아이폰13에 새 AP A15 바이오닉을 채용, AP를 놓고 3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200을 늦어도 올해 연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999까지 자체 제작한 아키텍처를 활용해 왔으나, 발열이나 성능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2200의 전작인 엑시노스2100부터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의 아키텍처를 쓰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AP의 특징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하나의 통합칩(SoC)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두뇌가 신체의 각 부위를 통제하는 것 같은 역할을 AP가 맡고 있는 것이다.
엑시노스2200는 SoC에 포함된 GPU를 기존 ARM 말리에서 AMD RDNA2로 교체할 예정이다. 해당 GPU는 현재 퀄컴 스냅드래곤888에 들어간 퀄컴 아드레아노 GPU보다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변화는 최근 고화질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의 증가로 GPU의 고성능·저전력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읽힌다.
퀄컴 역시 스냅드래곤888(888+)의 차기형인 스냅드래곤895를 개발 중이다. 엑시노스2200과 함께 삼성전자 갤럭시S22 채용이 유력하다. 세부 성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시장에 따라 AP를 나눠 적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스냅드래곤을, 한국과 유럽 등에는 엑시노스를 장착하는 식이다. 갤럭시S22 역시 출시 국가에 따라 AP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두 AP의 차이는 NPU의 적용 유무다. NPU는 인공지능(AI) 학습과 실행에 최적화된 칩으로, 더 빠른 연산을 위해 하드웨어 단위에 인공신경망을 만들어준 개념이다. 엑시노스는 NPU를 채용하고 있으나, 스냅드래곤은 NPU의 역할을 다른 반도체가 나눠 맡고 있다.
두 AP는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 질 예정이다. 해당 공정에서는 퀄컴의 최신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65도 만드는데,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95 모두 이 모뎀칩을 사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생산 효율면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애플 역시 오는 9월 출시할 아이폰13에 적용될 AP인 A15 바이오닉의 개발을 끝내고, TSMC 파운드리 5㎚ 공정에서 지난 5월부터 생산 중에 있다. 해당 AP 역시 SoC로, 내부에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CPU와 GPU, NPU를 사용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인 엑시노스1200의 개발에도 한창이다. 해당 AP는 비보의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됐던 엑시노스1080의 후속작이다. 앞으로 중국 스마트폰에 주로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플래그십에 사용되는 엑시노스2200과 엑시노스1200의 출시로 내년 출하량이 2억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AMD가 협업한 신형 엑시노스는 초기 벤치마크 성능이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앞지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2년 삼성전자의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중가 라인업으로 탑재 비중을 확대하고, 중화권 수요도 늘면서 올해보다 출하량이 40% 이상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