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구글·애플의 인앱(자체)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면 개선하면 된다”라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애플이 법안 통과 시 이용자 결제 사기·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이 발생할 거라는 우려를 제기한 지 하루 만에 규제당국인 방통위가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부작용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발생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현실화된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인앱결제) 강제의 폐해를 (먼저) 개선해야 하고, 법 시행으로 (새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법 개선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발생하지 않은 문제’는 전날 애플이 공식 입장을 통해 제기한 부작용 우려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법안은) 앱스토어(애플의 앱마켓)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키고 유해 콘텐츠 차단 등 고객보호 장치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한다면 앱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화된 문제’는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도입으로 국내 모바일 앱과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걸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인앱결제는 이용자가 앱 내 유료재화를 결제할 때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등) 자체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앱 개발사는 이용자 결제액의 15~30%를 앱마켓 사업자(구글·애플 등)에게 수수료로 내야 한다.
애플에 이어 구글도 앱 개발사의 선택 사항이었던 인앱결제를 오는 10월 전면 도입하기로 하면서 업계 반발이 일고 있다. 수수료 부과가 콘텐츠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져 앱 개발사, 창작자, 이용자 모두 피해를 입을 거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국내 기업들이 부담할 수수료는 885억~1568억원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인앱결제 강제 도입을 막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한 위원장의 말은 발생하지도 않은 부작용 우려 때문에 법안 통과를 미룰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는 “법안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초의 법안이고 향후 세계적인 규제의 시금석이 될 거라는 평가다”라며 “창작자와 이용자가 필요 이상의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규제당국으로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오는 30일 국회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구글의 정책이 계기가 돼 발의된 법이지만 국내 앱마켓 점유율 2위인 애플 역시 이 법의 주요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