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와 PC 모니터, 노트북 등 정보기술(IT)용 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특히 태블릿PC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애플이 최근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공급사 지위를 독점하려는 삼성과 이에 따라 붙으려는 LG의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적으로 LG디스플레이에 반발짝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LG 역시 공격인 시장 공략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IT용 디스플레이의 OLED화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소 앞선 상황이다. 아직 TV에서는 OLED 제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삼성전자가 모니터, 노트북부터 OLED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스마트폰 OLED 시장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 다변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트북 제품군인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에 OLED 패널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15.6인치와 13.3인치 화면으로 구성되는데, 삼성전자가 노트북에 OLED 패널을 적용한 것은 갤럭시북 프로가 처음이었다. 이미 2017년부터 태블릿PC에 OLED를 적용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출시한 갤럭시탭 S7+에 OLED를 얹었고, 내년으로 예정된 갤럭시탭 S8+과 S8+ 울트라(가칭)에도 OLED를 넣는다. 각각 주사율 120㎐의 12.4인치, 14.6인치 크기의 패널이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탭과 갤럭시 북에 들어간 패널과 다른 크기를 가진 6종의 OLED 패널을 추가로 내놓는다. 최근 IT 기기의 패널 크기가 용도와 기능에 따라 다양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이 구조적으로 청색(B) 소자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이아몬드 픽셀’ 기술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태블릿PC 시장 점유율 1위로, 이 시장 ‘큰손’이라고 불리는 애플 역시 OLED 패널 채용에 나선다. 시작은 아이패드다. 패널 크기는 11~12.9인치가 유력한 가운데, 14인치 이상 OLED 아이패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애플은 현재 판매 중인 IT 기기 중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애플워치)에만 OLED를 쓰고, 다른 IT 제품군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LCD 패널의 발전형인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채택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OLED를 적용한다는 건 시장 1위 업체의 디스플레이 공급망 구도가 바뀐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분기 1290만대의 태블릿을 판매했다. 이는 삼성 갤럭시탭(약 800만대)과 아마존 파이어(약 430만대)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이어 맥북(노트북), 아이맥(PC) 등에도 내부 로드맵에 따른 OLED 적용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OLED 아이패드의 독점 패널 공급사로 이름을 올리며 공급망에 먼저 편입됐다.
IT용 LCD 패널 시장 세계 1위로 아직 IT용 시장에서는 LCD 경쟁력이 크다고 여겼던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시각 변화가 엿보인다. 애플이 OLED를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IT용 OLED 패널 시장이 본격 전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가져오기 위해 LG디스플레이 역시 3조3000억원의 투자비를 책정했다. 시장 선점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첫 OLED 아이패드 공급 계약은 맺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애플의 IT 기기 LCD 패널을 납품해왔던 경험을 살려 공급망에 하루 빨리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2017년 OLED 패널을 먼저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는 1년 뒤에 교체품 공급망에 들어갔지만, 태블릿PC에서의 간극은 이보다 더욱 줄이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애플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등 공급사에 IT용 OLED 패널 기술의 하나로, ‘투 탠덤(2 Stack Tandem)’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적(R)·녹(G)·청(B) 소자로 구성된 발광층을 두겹(2 Stack)으로 만드는 것으로, 기존 싱글 스택에 비해 발광층이 두배가 되기 때문에 밝기와 패널 수명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기술이 쓰인 제품 공급을 한 경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투 탠덤’은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애플의 요구를 금방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자동차용 OLED 패널에 투 탠덤 기술을 적용해 양산까지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애플의 OLED 공급망 진입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애플이 패널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의 공급 계약을 빨리 맺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협업한 일이 많기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의 전략으로, 한 회사만 독점 공급하는 형태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LG디스플레이가 납품 준비를 마치는 대로 애플은 삼성과의 가격 협상력에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