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그룹 계열사이자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춰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편중 현상이 외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높인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매출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6.3%로, 전년 동기 39.0%와 비교해 12.7%포인트 줄었다. 2018년 상반기 51.0%와 비교해서는 3년 만에 24.7%포인트가 낮아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6년까지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인 동시에 최대 규모의 가전업체인 만큼 계열사라는 특수성을 떠나,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매출 의존이 삼성전기 사업 확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계속됐고,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2019년 40%를 거쳐 지난해 33.7%까지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면서 매출 비중은 1분기 30% 아래로 내려왔는데, 이런 배경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특정 업체에 대한 매출 편중 현상을 해소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의 경영 철학이 있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삼성전기를 이끌게 된 경 사장은 취임 이후 고객 다변화를 내세우며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출 것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20% 미만으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룹 계열사라 할지라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매출이 줄어든 만큼 중국 샤오미에 대한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고객사의 매출 비중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 매출에서 샤오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집계됐다. 그동안 샤오미 매출 비중이 5% 정도였던 걸 고려할 때 1년 새 10%포인트가량 급증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2위에 올랐는데, 지난 6월에는 삼성전자를 누르고 깜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라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매출 비중이 바뀐 것이다.
다만 삼성전기의 전체 매출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줄어든 것일 뿐, 삼성전자의 매출이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 매출은 4조8475억원으로 1년 새 20% 넘게 늘었는데, 삼성전자 매출은 1조2000억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기는 상반기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이 60%로 높았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는데, 지난해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경 사장 취임 후 거래처가 다변화되면서 현재와 같이 매출 비중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