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리니지W' 등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게임으로 다시 한번 세계 공략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윤 CSO 산하로 글로벌 사업 개발을 총괄하는 PGO(Principal Globalization officer)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윤 CSO가 이끄는 북미 사업 총괄 조직인 엔씨웨스트 역시 최근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호실적이 예상된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소프트가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지나치게 낮은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거둔 2조4162억원의 매출 중 한국에서만 83%를 벌었고, 해외 매출 비중은 7.7%에 불과했다. IP 사업에 따른 로열티 매출 비중은 10%쯤으로, 해외 매출보다 높았다.

한국에 편중한 수익구조는 회사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올해 초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엔씨소프트의 약한 고리가 불거진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가 됐던 리니지M의 경우 2분기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일본과 대만 시장에 진출했던 리니지2M은 오히려 매출 규모가 늘어났다. 수익 다변화로 위험성이 분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9일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고 모바일 MMORPG '리니지W'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해 왔다. 개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가장 유명한 IP를 활용해 글로벌 전체를 커버하는 '월드와이드(worldwide)게임'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 첫걸음이 최근 공개된 리니지W다.

리니지W는 글로벌 이용자를 하나의 서버에 묶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서는 이 시스템을 '글로벌원빌드'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에서는 리니지 세계관에서 하나의 세력을 뜻하는 혈맹간 경쟁이 지역을 넘어 국가급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리니지W 게임 화면에서도 자신의 국기를 단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한국과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2M'도 올해 북미와 유럽,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다. 내년에는 10년 동안 개발한 '프로젝트TL'이 대기하고 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PC와 콘솔 게임기를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을 채택할 전망이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CSO 겸 엔씨웨스트 CEO. /엔씨소프트 제공

시선은 자연스레 윤송이 CSO에게로 향한다. 윤 CSO는 최근 엔씨소프트의 모든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윤 CSO의 산하에 글로벌 사업 개발하는 PGO 조직이 생겼고, 이 조직의 수장을 심승보 부사장이 맡고 있다. 새로운 해외 사업 조직은 내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탈피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현재 PGO부문에는 글로벌경험분석센터, 플랫폼사업센터, 글로벌사업개발실 등이 하위 조직으로 편입돼 있는 상태다. 해외 IP사업부터 파트너사 확보, 퍼블리싱 전략 등 해외 사업 전략 관련 대부분이 재조정되고 있다.

윤 CSO가 직접 이끄는 엔씨웨스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엔씨웨스트는 엔씨소프트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법인이다. 엔씨웨스트는 윤 CSO가 최고경영책임자(CEO)에 오른 뒤 반짝 성과를 냈지만,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올해 들어 흑자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다만 이런 실적은 북미 시장의 게임 매출이 증가한 것보다는 구조조정에 힘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게임 라인업에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조직 내부에서 구조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임 자체에서 나온 매출보다는 조직 슬림화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강력한 리니지IP 게임들이 북미 지역에 순차 출시된다면 큰 폭의 매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년간의 적자로 경영 능력을 의심받았던 윤 CSO도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윤 CSO는 엔씨웨스트 설립 초기에 PC 온라인 게임 '길드워2'를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해 흥행에 성공한 바가 있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향후 출시될 리니지IP 기반의 게임들을 연이어 성공시킨다면 경영 능력을 다시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