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업계 1위 일본 소니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점유율 격차를 줄인 데 이어, 매출 면에서도 성장세를 앞서고 있다. CIS는 삼성전자가 2030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축을 이루는 분야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IS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40%를 기록, 전년 42%에 비해 2%포인트 위축됐다. 2위 삼성전자는 점유율 22%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소폭 올랐다. 이어 중국 옴니비전 12%,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6%, 중국 갤럭시코어 4%, 미국 온세미컨덕터 4%, 한국 SK하이닉스 2%, 일본 파나소닉·캐논·중국 스마트센스 1% 순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니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가장 많이 벌어졌을 때는 2019년 2분기다. 당시 소니는 56.2%, 삼성전자는 16.7%를 기록,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39.5%포인트였다. 하지만 소니의 연간 점유율이 2019년 53.5%에서 지난해 49.8%로 3.7%포인트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8.1%에서 19.6%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30.2%로 좁혀진 상태다.

삼성전자 CMOS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 현재 1억800만 화소를 구현해냈다. /삼성전자 제공

2002년 이미지센서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진출 13년 만인 지난 2015년 당시 2위 옴니비전을 밀어낸 뒤, 계속해서 1위 소니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지고, 카메라 숫자가 늘면서 이 분야 채택비율이 높은 삼성전자 CIS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매출면에서도 소니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욜디벨롭먼트는 “지난해 CIS 매출에서 소니는 정체됐지만,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했다.

화웨이에 모바일 CIS를 공급하던 소니는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소니에 따르면 회사 이미지 및 센싱 솔루션(I&SS) 사업부의 매출은 지난해 1조125억엔(약 10조9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올해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소니는 지난 2분기 I&SS 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3.7% 늘어난 2181억엔(약 2조3480억원)이라고 밝히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카메라용 CIS 판매가격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일 뿐, 모바일 CIS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했다. 정원호 NICE평가정보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소니와 달리 화웨이 의존도가 낮고 중국의 샤오미, 비보 등이 주요 고객이라 화웨이 리스크에서 유리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GN2는 업계 최초로 픽셀을 대각선으로 분할하는 ‘듀얼 픽셀 프로’ 기술을 적용해 마치 사람의 눈처럼 피사체를 인식한다. /삼성전자 제공

업계는 삼성전자의 약진에 대해 “결국 기술력”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설계 경험과 노하우를 이미지센서에 적극 도입한 결과가 매출과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9개의 인접 화소를 한 개의 화소처럼 동작시켜 어두울 때는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을 9배로 넓혀 밝게 볼 수 있고, 밝을 때는 1억800만 해상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가 대표적이다.

해당 CIS는 삼성전자는 물론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화웨이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소니의 현존 최고 수준의 해상도는 6400만 화소로 삼성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샤오미의 공격적인 행보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하는 중이다. CIS를 비롯,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부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플래그십(최고급) 미(Mi) 시리즈에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를 기념해 삼성전자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에게 반도체 웨이퍼(원판) 조형물을 선물하기도 했다. 또 올해 출시된 미11 울트라에 아이소셀 GN2를 적용했는데, 이 CIS는 기존 이미지센서가 픽셀(화소)을 좌우로 나누어 피사체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픽셀 일부를 대각선으로 나눠 상·하위 정보도 활용한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0.64㎛ 5000만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JN1. 이 이미지센서는 업계에서 가장 작은 픽셀 크기를 자랑한다. /삼성전자 제공

여기에 샤오미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미12 울트라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2억 화소 CIS를 채택할 계획이다. 이 CIS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갤럭시 S22(가칭)에도 장착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주력해 온 모바일 CIS 외 자동차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18년 브랜드화한 자동차용 CIS ‘아이소셀 오토’의 첫 제품인 ‘아이소셀 오토 4AC’가 시작이다. 삼성전자는 서라운드뷰 카메라, 전·후방 카메라용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 오토 4AC를 하반기부터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납품한다고 알렸다.

자동차용 CIS 시장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확대와 자율주행차 개발 가속 등으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1%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 성장은 평균 6.8%로, 자동차용 이미지센서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자동차용 센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7%에서 2024년 8.6%로 증가할 전망이다.

읽어주는 보도자료-삼성전자 자동차용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 /삼성전자 제공

이 시장은 온세미-앱티나(온세미컨덕터 자회사)가 38.3%로 점유율 1위, 옴니비전이 18.8%로 2위, 소니가 9.7%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