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로 북미·유럽 등 서구 시장을 겨냥한다. 리니지W는 지난 2011년 북미 시장에 출시된 PC게임 리니지가 크게 실패하고, 철수한 뒤 20여년만에 선보이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다. 당시 리니지는 단조롭고 지루한 퀘스트, 단순 노동에 가까운 사냥 방식 등이 큰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를 통해 어떤 새로운 게임성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리니지W는 오는 19일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공식 공개될 예정으로, 아직 정식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게임명인 리니지W의 W는 ‘세계(Worldwide)’를 뜻하는 영어 약자다. 게임 이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거대 시장으로 분류되고, 리니지 IP의 장르인 ‘판타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 진출을 도모한다. 만화 원작과 게임 리니지 모두 유럽의 중세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단 장르나, 소재에 대한 현지 이용자들의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시장에서 리니지는 쓴맛을 본 ‘실패한 IP’라는 점에 있다. 배경과 내용은 익숙하지만, 현지 이용자들에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PC판 리니지는 지난 2001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10년간 부진한 성적을 거듭하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철수했다. 지난 2018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모바일역할수행게임(RPG) ‘리니지2 다크 레거시’ 역시 정식 서비스되지 못했다.

한국형 MMORPG와는 다르게 서구권 게임들은 주로 ‘페이 투 플레이(Pay to Play·게임 패키지를 구매해 즐기는 방법)’ 수익 모델로 설계된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대격변'. /블리자드 제공

당시 리니지가 실패한 원인으로 한국형 MMORPG의 한계가 지목됐다. 외국계 MMORPG가 하나의 거대 스토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의 퀘스트 수행이나, 다른 이용자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반면, 한국 MMORPG는 단순 반복 사냥과 퀘스트로 캐릭터 레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MORPG 초기, 리니지를 비롯한 한국 게임의 실패는 단조로운 게임 요소와 단순 노동과 같은 퀘스트 수행이 북미·유럽 이용자의 성향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최근 한국형 MMORPG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도 리니지W가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서구권 게임들은 주로 ‘페이 투 플레이(Pay to Play·게임 패키지를 구매해 즐기는 방법)’ 수익 모델로 설계되는데, 블리자드가 개발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정액제 요금에 가입해야 한다. 이용 기간은 7시간부터 180일(6개월)까지 다양하다. 게임 내 유료 서비스가 있지만, 이름 또는 진영 변경 등 게임 내 캐릭터 능력에 관여하는 부분이 적다.

한국형 MMORPG는 기본적으로 ‘페이 투 윈(Pay to Win)’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강해지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많은 돈을 쓰더라도 운이 없다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반복적인 과금이 유도된다. 서구 이용자들은 이런 부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과거 실패를 반추하고, 여러 지적을 고려해 리니지W의 시스템과 수익 구조를 가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장은 지난 11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국내 시장을 평정했지만, 이와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고민해왔다”며 “리니지의 콘텐츠와 사업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와 수익구조를 재설계했다”고 했다.

엔씨소프트로서는 리니지W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한국 시장에 몰려있는 탓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한국 매출 비중은 83%로, 대만·일본·북미·유럽을 전부 합친 해외 매출 비중은 7.7%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에는 리니지2M이 일본·대만에 진출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26%까지 올랐지만, 거대 시장인 북미·유럽 비중은 4.5%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의 구설수로 매출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니지M 같은 경우에도 대만 외 다른 해외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그래픽을 3D로 바꾸고 수익 구조도 서구권에 맞게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는 얘기가 있지만, IP 자체가 서구권에서는 새로운 것이어서 (흥행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