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시즌. /KT 제공

“국내 최고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로 이달 1일 KT로부터 독립한 ‘KT시즌’이 출발선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월트디즈니컴퍼니(디즈니)의 한국 상륙으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데다가 국내 최대 콘텐츠 공급사인 CJ ENM의 콘텐츠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시즌과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이달부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갈등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앞서 LG유플러스의 OTT ‘LGU+모바일tv’처럼 블랙아웃(송출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CJ ENM은 지난해까지 인터넷TV(IPTV) 계약에 포함해 공급하던 OTT 콘텐츠를, 올해부턴 새로운 OTT 계약에 따라 단가를 인상해 공급하기로 했다. 양사는 시즌에 들어가는 tvN·엠넷 등 10개 채널의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지난 4월부터 협상해왔지만, 적정하다고 보는 금액이 서로 10배 차이가 나 타협을 이루지 못했다. 시즌 출범 작업을 이유로 지난 한달여간 미뤘던 협상이 이달 재개됐지만 별다른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이달부터 양측이 다시 공문을 주고받기 시작했지만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LG유플러스는 CJ ENM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블랙아웃을 겪었는데, 시즌 역시 같은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CJ ENM은 ‘과소평가된 콘텐츠 제값 받기’에 완고한 입장이고, KT도 구현모 대표까지 나서서 상대방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쉽사리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CJ ENM은 이미 블랙아웃으로 갈등이 일단락된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최근 IPTV 콘텐츠 사용료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IPTV 진영을 더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1월 예고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도 부담이 되고 있다. 디즈니의 진출은 웨이브·티빙 등 다른 토종 OTT에도 위협이 되지만 아직 본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한 시즌에 특히 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가 (국내에) 들어와도 OTT는 결국 독점 콘텐츠 경쟁이다”라며 “국내 OTT는 국내 방송사 콘텐츠와 이를 기반으로 만든 오리지널(자체) 콘텐츠를 가질 수 있다는 강점을 살려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웨이브와 티빙은 ‘펜트하우스’ ‘신서유기’ 등 각각 지상파와 tvN의 인기작, 여기서 파생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넷플릭스에 맞서 선방해왔다. 반면 시즌은 이들보다 많은 170여개의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보유했음에도 킬러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평가받는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월간이용자수(MAU)는 웨이브와 티빙이 각각 388만명, 334만명으로 올해 들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업계 1위 넷플릭스가 지난 1월 895만명에서 6월 790만명까지 내리 감소할 동안 선방한 것이다. 반면 이들과 비슷하게 2019년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한 시즌은 여전히 MAU 200만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시즌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되는 시장 속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 KT로부터 독립한 것이다”라며 “다른 국내 OTT보다 이른 2017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경험을 살려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즌은 2023년까지 콘텐츠 IP 1000여개를 확보하기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웨이브·티빙과 비슷한 투자 규모다. KT의 콘텐츠 제작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지니, 웹소설·웹툰 플랫폼 스토리위즈,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뮤직 등과도 협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