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웹툰(인터넷만화) 시장에서 네이버를 잡기 위해 8월 1일 국내에 내놓은 야심작 ‘카카오웹툰’ 플랫폼이 다운로드 1위(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카테고리 기준)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20년간 서비스해오던 ‘다음웹툰’을 2년에 걸쳐 카카오식(式)으로 담은 ‘카카오웹툰’은 지난 6월 네이버웹툰의 텃밭인 태국·대만에서 먼저 등장하며 현지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 라이벌인 네이버, 카카오가 웹툰에서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웹툰을 카카오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지난해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동남아 등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지난 3월 웹툰·웹소설을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연예 기획사, 제작사 등을 두고 있는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를 출범했다. 웹툰·웹소설 등 지식재산권(IP)을 콘텐츠화, 유통하는 전 과정을 내재화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카카오웹툰은 핵심 IP를 만들어내는 전진기지 역할을 맡게 됐다.
지난 10일 판교에서 카카오의 웹툰 사업을 진두진휘 중인 박정서(42) 카카오웹툰 스튜디오 대표와 만났다. 그는 새롭게 선보인 카카오웹툰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콘텐츠 소비량이 많이 늘어나는 등 초반 성적표가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집요함이 있는 조직이고, 다음웹툰은 드라마성이 강한 작품(웹툰)을 생산해 본 정통성이 있다”라면서 “연간 출시 작품 수를 2배 이상 늘려 플랫폼 성공을 위해 전력질주하겠다”라고 했다.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카카오웹툰 출범에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픽코마’의 성공을 통해서 알게 된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인기 있는 웹툰이 글로벌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순위와 일본에서의 순위가 정확히 같다. 두 번째는 카카오가 가진 자산 가운데 글로벌화가 가능한 것이 웹툰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진 모든 웹툰을 모아서 글로벌 서비스를 카카오웹툰이란 이름으로 하자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었다. 글로벌 이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뭘까, 우리가 이 서비스를 했을 때 각 국가에서 어떻게 커스터마이징(현지 맞춤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한국에서는 랭킹이 중요하다면, 국가마다 원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다. 이를 용이하게 떼고 붙일 수 있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음웹툰에서 계승한 것은 무엇이고, 카카오식으로 변화한 것은.
“다음웹툰에서의 핵심 가치를 계승해 카카오 방식으로 풀어내다 보니 큰 변화가 있었다. 두 가지가 연결돼 있다.
다음웹툰 때부터 작품(웹툰)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여줄지 고민해 왔다. 밥을 먹어보고 대화도 해봐야 사람 성향을 파악할 수 있지 않나.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은 섬네일(그림)에서 이용자들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흑백보단 컬러, 캐릭터 하나만 있는 것보단 배경과 함께, 정지돼 있는 것보단 살짝 움직였을 때(애니메이션 효과)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한다고 봤다. 한국보다 네트워크·디바이스 환경이 좋지 않은 글로벌 시장에서 섬네일에 많은 정보를 주면서도 원활하게 플랫폼이 작동할 수 있도록 용량을 잡아먹지 않는 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왔다.
이를 계승, 구현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플랫폼 변화가 상당했다.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초창기 10~20개 수준이던 연재 작품 수가 카카오웹툰 기준 400개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더 많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게 (무한 스크롤, 섬네일의 애니메이션 효과 등) 플랫폼 사용자환경(UI/UX)에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우리는 이것을 ‘IPX(IP eXperience)’라고 부른다. 내부적으론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웹툰 때 이용자들이 한 번 들어와서 6~7회차 정도의 작품을 소비했다면, 개편 이후엔 30~40회차 수준을 보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작품을 더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다음웹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웹툰의 파격적인 변화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용자 반응을 다 수집하고 있다. 감정적인 반발은 배제하고, 개편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을 10개 정도로 추렸다. 예를 들어 연재 웹툰의 요일(시간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이를 이용자들이 명확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광고를 넣거나 간격을 벌리거나, 한글로 요일을 직접 써주는 식의 개선방법을 찾고 있다. 모두 한 달 안에 개선될 것이다.”
―웹툰 사업의 핵심 자산은 작가다. 경쟁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자동채색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카카오는 무엇을 하나.
“기술적인 작품 완성은 작가의 영역이다. 우리는 뒷단에서 지원할 수 있다. 갑자기 아픈 작가들이 많아서 건강검진 지원을 최초로 시작했다. 최근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작가들도 많아 정신건강 상담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폰트를 무료로 300개 정도 지원하기도 한다. 최근에 작가들을 만나보면, 아이디어는 많은데 손이 두 개라서 작품을 많이 못 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웹툰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이종 콘텐츠 종사자들과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강풀 작가도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영상 콘텐츠 제작사 등도 있어 작가들이 더 많은 영역으로 진출하기에 좋은 구조다.”
―카카오가 가진 생태계 안에서 시너지가 난다는 느낌이다.
“많은 콘텐츠 관계자들이 ‘한국의 마블’이 되고 싶다고 한다. 마블 콘텐츠가 한국에 입성할 때 보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굿즈(기념품)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온다. 한국의 마블을 만들려면 단순히 웹툰의 영화화 개념이 아닌, 창작자들이 모여서 특정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쭉 펼쳐 보여주고 이 사이를 관통하는 세계관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카카오엔터는 그걸 하기 좋은 구조다. 한국엔 아직 이런 사례가 없었지만, 준비 중이다. 2년 뒤쯤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K-웹툰은 왜 글로벌에서 통한다고 보나.
“형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바일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웹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양을 많이 잡아먹지 않으면서 보는 형식 자체도 스크롤해 볼 수 있게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다. 스토리적으로 보면, 지역색이 강해도 이를 관통하는 큰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 제목부터 지역색이 강하지 않나. 글로벌 이용자들은 이를 젊은이가 성공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상반기 네이버와 원천 IP 확보를 위한 투자 전쟁을 벌였다. 하반기 웹툰대전을 맞는 카카오의 전략은.
“카카오웹툰은 집요함이 있는 조직이다. 분·시간 단위로 성과를 체크하면서 마케팅을 펼쳐나간다. 다음웹툰은 드라마성이 강한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는 정통성이 있는 곳이다. 두 가지를 얼마나 카카오웹툰 플랫폼 안에서 잘 구현하는가가 가장 큰 과제다. 연간 출시 작품 수를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리려고 준비 중이다. 당연히 투자도 더 많이 할 것이다. 최대한의 작품 수, 집요함 가지고 플랫폼 성공을 위해 전력 질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