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데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정보기관에서 일부 기술의 배제 의견을 내면서 통신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발주자였던 SK텔레콤을 비롯해 KT는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에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국내 통신사들이 개발 중인 양자암호 기술이 디지털뉴딜의 하나로 진행 중인 만큼 정부가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무리하게 사업화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들이 개발 중인 양자암호 기술은 양자암호통신(양자키배분·QKD)과 양자내성암호(PQC) 등이다. 양자암호는 연산능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보안 기술이다. 기존 암호체계는 컴퓨터 능력이 압도적으로 발전하면 위험할 여지가 있다. 양자암호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이다. 자체 통신망부터 스마트폰 단말기, 애플리케이션(앱) 등 개인용 서비스까지 양자암호 기술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 통신 3사는 모두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통신(QKD)을 활용하고,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를 채택하고 있다. QKD는 양자의 물리 특성으로 암호키를 교환해 확실한 보안성을 담보하기는 하지만, 별도 양자키 분배장치와 안정적인 양자키 분배채널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곳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PQC는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암호화 방식으로,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양자컴퓨터로 암호를 풀어내려 해도 수십억년이 걸릴 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 기술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가운데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1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퀀텀 테크랩)를 설립한 데 이어 2018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개발한 스위스 기업 IDQ의 주식 50% 이상을 취득해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올해 3월 말 기준 68.1% 지분을 보유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장거리 QKD 분야에서 관련 기술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유럽연합 오픈 QKD 프로젝트에서 수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라며 “또 SK텔레콤 유선망 국내 서울~대전~대구 구간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운영 노하우를 쌓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비교하면 후발주자지만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정보기관들도 LG유플러스의 기술에 사실상 손을 들어준 상태다. 연초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QKD를 공공서비스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SCS)도 정부와 군사 애플리케이션에 QKD 사용을 보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자암호기술 업계 관계자는 “QKD를 사용하는 쪽에서는 주요국 정보기관에서의 발표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다”이라며 “일부 업체의 경우 파견한 인력을 철수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양자암호통신 시범사업에 착수한 정부도 비상이다. 지난해 KT는 전남도청(해운3함대사령부), 강원도청(춘천시청), SK브로드밴드는 광주광역시청(CCTV센터, 교통정보센터) 등 총 4개 구간의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올해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이 총 7개 공공분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는 “NSA 등에서 QKD 등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할 당시 제기됐던 문제들을 통신사들이 현재 상당 부분 보완했다”면서도 “아직 국제적인 인증 등이 없는 상태로 인프라 등 시범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인 상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