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매출을 견인해 온 핵심 이용자 ‘린저씨(리니지에 고액을 쏟아붓는 이용자를 지칭·리니지+아저씨)’들이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옮겨가 ‘딘저씨(오딘+아저씨)’가 되고 있다. 오딘이 애플리케이션(앱) 매출 1위를 이어가는 동안,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 리니지M의 올해 2분기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시작된 대규모 이용자 이동으로 게임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모바일 앱 마켓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오딘은 지난 13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일 처음으로 양대 마켓 매출 부문 1위에 오른 뒤 한 달이 지나도록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게임 매출 부동의 1위로 여겨졌던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오딘에 밀렸다. 리니지2M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3위, 애플 앱스토어 13위까지 떨어졌다.

오딘을 서비스하는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인기에 힘입어 퍼블리셔(게임 유통사) 1위 자리에도 올랐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퍼블리셔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500억원으로 2위, 넷마블은 매출 300억원대로 3위로 나타났다.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업계에서는 오딘의 흥행에 대해 리니지의 핵심 이용자층이 옮겨온 덕분이라고 해석한다. 과거에는 MMORPG 장르에 리니지와 경쟁할만한 게임이 없었지만, 오딘이 등장하면서 리니지 시리즈에 불만을 가졌던 이용자들이 대거 오딘 쪽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이다.

리니지 시리즈는 올해 초 ‘문양’이라고 불리는 강화 아이템의 롤백(업데이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 사건과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일면서 이용자의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 특히 ‘문양 롤백 사건’은 리니지M의 대표 과금요소로 꼽히던 문양 시스템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으로, 핵심 이용자층의 이탈에 결정적이었다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햇다.

문양은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강화형 아이템으로, 원하는 능력치를 얻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의 돈이 필요할 정도로 과금 유도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문양 시스템을 개편했는데, 그 이전까지 돈을 많이 썼던 서버 최상위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시스템을 아예 업데이트 이전으로 돌려버렸다.

이용자층의 이탈은 매출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증권가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주춤하는 사이 오딘이 치고 올라오면서 일평균 매출도 역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8월 현재 오딘의 일평균 매출은 25억~3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매출은 4566억원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리니지M의 일평균 매출은 지난해 23억원, 올해 1분기 19억원, 2분기 18억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리니지2M 역시 지난해 일평균 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분기 16억원, 2분기 15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시리즈의 이용자가 일부 오딘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딘의 일평균 매출은 증가했지만 리니지에서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보인다. 2분기 리니지M 매출은 1342억원으로, 전분기 1726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2분기 1599억원보다도 적다. 리니지2M 매출은 전분기 1522억원에서 218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이는 일본과 홍콩 출시에 따른 해외 매출 증대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리니지는 월간 이용자 수(MAU)에서도 하락세가 엿보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M의 올해 1월 MAU 30만명대였지만 6월 23만명대로 하락했다. 리니지2M도 1월 MAU 13만명에서 6월 11만명대로 줄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오딘은 리니지와 게임 스타일 등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며 “리니지를 주로 이용하던 30~40대 남성 이용자층이 문양 롤백 사건 등으로 불만이 터지면서 비슷한 게임이 나오니 그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