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이어진 개발자 연봉 인상 릴레이로 게임사들이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사진은 넥슨 판교 사옥 일대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넥슨 제공

올해 초 너나없이 경쟁적으로 직원 연봉을 올렸던 게임사들이 2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늘어난 인건비에 영업이익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인건비는 한 번 올리면 줄이기 힘든 고정비로, 앞으로 게임사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내 각 게임사에 따르면 지난 4일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N과 펄어비스·위메이드·컴투스·네오위즈·게임빌 등 중견 게임사 대부분 실적이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회사마다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부 회사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경우 올해 2분기 57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보다 1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42% 줄어든 1580억원에 그쳤다. 넷마블은 매출 5772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8%, 80.2% 하락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5385억원, 영업이익 1128억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변함없었으나, 영업이익이 46%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 50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펄어비스는 올해는 60억원의 적자로 고꾸라졌다. 네오위즈의 경우에도 매출 589억원, 영업이익 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71% 감소했다.

게임업계는 실적 부진에 대해 공통적으로 ‘마케팅비와 인건비 증가’를 꼽고 있다. 특히 인건비 상승분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긴다. 넥슨은 올해 2분기 쓴 영업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에는 인건비 비중이 39%였는데, 8%포인트 늘어났다. 넥슨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인건비 총액이 29% 증가했다”며 “올해 초 있었던 연봉 인상과 성과급 보상 체계가 강화된 탓으로 보인다”고 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2분기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4%다. 인건비 총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6억원 증가한 1860억원이다. 넷마블의 경우 인건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8%로 나타났다. 지난해 22%에서 6%포인트 확대됐다. 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인건비 총액은 지난해보다 17.8% 정도 증가했다”며 “올해 초 800만원가량 오른 임직원의 연봉이 이번 2분기에 전부 반영돼 전 분기 대비해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영업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48.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펄어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인건비는 309억원인데 올해 같은 기간 인건비 총액은 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9% 늘어났다. 네오위즈 역시 인건비 비중이 전체 영업비용의 48%에 달한다. 올해 2분기 인건비는 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226억원) 15.2% 늘어났다.

인건비와 함께 마케팅 비용도 증가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인건비와 성격이 다르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작 게임이 출시되면 일시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는 지속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늘어난 인건비는 다시 줄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고정비용으로 회사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게임업계는 올해 초 연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덕분이지만, 기본적으로 게임 산업은 ‘인재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업 특성상 이직이 잦은 탓에 인재를 회사에 묶어 두려면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안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하나를 완성하려면 기본적으로 개발자의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하고, 결국 얼마나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갈린다. 게임업계가 인건비를 연구개발(R&D)비와 동등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인건비의 증가는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돈에 따라 릴레이 이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최근 게임업계는 주종목인 게임 외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의 몸값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년 차 개발자 이모(27)씨는 “요즘도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개발자들 연봉을 올려 서로 모셔가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가장 많이 연봉을 올려주는 곳은 기존 연봉의 1.5배에 스톡옵션 등도 준다고 한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재택근무 때 사용하는 물이나 전기료를 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기본 인건비 외 다양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당분간 인건비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 기업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게임산업의 경우, 인력이 가장 중요한 산업인만큼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등 계속 회사에 남고 싶은 요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