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위)과 애플(아래) 로고. /AP=연합뉴스

한국 국회에 이어 미국 연방 상원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인앱(자체)결제 강제를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발의됐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국내 법안 처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 등 양당 상원의원 6명은 이날 ‘오픈 앱마켓 법안(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다.

법안은 자국 내 5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마켓, 즉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유통하는 개발사들이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해 오는 25일 본회의 통과가 추진되고 있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비슷하다.

인앱결제는 소비자가 앱 안에서 유료 재화를 구매할 때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애플과 구글 모두 결제액의 15~30%를 앱 개발사에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앱 개발사들에 다른 결제 수단을 허용하지 않고 오직 인앱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구글도 이를 따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이 강제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블루멘탈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년 동안 애플과 구글은 경쟁자들을 제압하고 소비자들을 어둠 속에 가둬왔다”라며 “수입억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자비로운 문지기’ 행세를 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초당적인 법안은 빅테크들의 견고한 지배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앱 경제를 개방하도록 만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외신 CNBC는 “이 법안은 애플·구글의 비즈니스 모델 뒤흔들 것이다”라고 평했다.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두고 애플과 정면 충돌 중인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이 법안은 독점 기업(애플)에 맞서 작은 회사들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애플과 구글의 매출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의 연간 인앱결제 금액은 각각 723억달러(83조7000억원), 386억달러(44조7000억원)로 총 1109억달러(128조원)다. 이 중 15~30%인 166억~333억달러(19조2000억~38조6000억원)를 애플과 구글이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날 애플은 “앱스토어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사와 이용자를 연결하기 위한 초석이다”라며 “모든 앱이 애플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앱스토어에 들어온 앱 개발사들은 애플이 정한 인앱결제 정책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구글은 이날 매체들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DC와 36개 주가 현재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겨냥한 규제 법안을 발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1개 주(州) 의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가 불발된 상황에서, 주가 아닌 연방의 양당 상원의원들이 초당적인 법안을 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법안 통과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간 구글을 포함한 반대 측은 국내에서만 적용될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어긋나고, 미국의 특정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해당해 양국의 통상 마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비슷한 법안이 발의됨으로써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은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며 “대한민국 국회의 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등의 엉뚱한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우리의 논의가 세계 IT 정책 분야의 선구적인 노력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오는 25일 예정된 본회의 전인 오는 16~17일쯤 데이비드 시실리니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장(로드아일랜드주 민주당 의원)과 화상 통화로 양국의 법안 처리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시실리니 위원장은 지난 6월 ‘플랫폼독점종식법’이라는 또 다른 플랫폼 반독점 법안 발의를 주도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