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겠다”고 선언한 중국 샤오미가 11일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 하루 전인 전날 저녁 플래그십(고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미믹스4’를 공개했다. 스마트폰 최초로 퀄컴의 최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두뇌 역할을 하는 칩) 스냅드래곤888플러스를 탑재하고, 전면 카메라 구멍(펀치홀)을 화면 아래로 숨기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를 구현하는 등 신제품의 성능을 과시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오후 8시 30분 미믹스4를 공개했다. 2018년 10월 미믹스3를 출시한 지 약 3년 만에 공개하는 후속작이다.

샤오미가 지난 10일 저녁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미믹스4'. /더버지 캡처

◇ 삼성 따라잡을 신무기 ‘미믹스4′…스마트폰 중 최고 두뇌, 사라진 펀치홀

미믹스4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는 퀄컴의 최신형 칩셋 스냅드래곤888플러스다. 이 칩셋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전 세계에서 미믹스4가 최초로, 이날 밤 갤럭시 언팩 행사의 주인공인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도 한 단계 낮은 스냅드래곤888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는 “중앙처리장치(CPU) 클럭 속도가 기존 2.84㎓에서 3㎓로 오르고 인공지능(AI) 기능도 30%로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화면에서 전면 카메라 구멍이 사라진 점도 눈에 띈다. 샤오미는 미믹스4에 자사 제품 최초로 UDC 기술을 구현했다. UDC는 카메라 구멍 위를 픽셀(화소)로 듬성듬성 덮어, 사용자의 육안으로는 화면이 보이면서도 듬성듬성한 픽셀 사이로 빛이 들어가 카메라가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갤럭시Z폴드3에도 UDC가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UDC는 중국 ZTE가 지난해 처음 상용화했지만, 화질에 영향을 주는 픽셀 밀도가 200ppi(인치당 픽셀 수)에 불과해 흥행하지 못했다. 미믹스4는 이를 400ppi로 2배 높이고 소프트웨어 성능을 올려 사물의 실제 색상을 표현하도록 했다. 애플 아이폰12이 460ppi인 걸 고려하면 사용상 품질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쥔 CEO는 “5년 동안 60건의 특허, 770만달러의 투자,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통해 반복 시도해 이룩한 기술이다”라고 덧붙였다.

샤오미가 지난 10일 웨이보를 통해 공개한 미믹스4 소개 영상의 한 장면. /웨이보 캡처

미믹스4는 4500mA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고 최대 120W(와트) 유선 고속 충전, 50W 무선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유선으로는 15분, 무선으로는 28분 만에 완충이 가능하다고 한다. 메모리는 최대 12기가바이트(GB) 램(RAM), 저장 용량은 최대 512GB다. 아이폰12처럼 초광대역무선통신(UWB)을 적용해 TV, 스피커 등과 사물인터넷(IoT) 통신이 가능해졌다. 참고로 올해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21은 기본 모델 기준으로 8GB 램에 256GB 저장 용량, 4000mAh 용량에 25W 유선·13.2W 무선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배터리를 탑재했다.

미믹스4는 오는 16일 중국 본토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되고 출고가는 사양에 따라 중국 기준 4999위안(약 89만원)에서 6299위안(약 112만원)까지다. 한국 출시는 아직 예정되지 않았다.

샤오미는 전날 행사에서 태블릿 신제품 ‘미패드5’와 ‘미패드5 프로’도 공개했다. 중국 IT매체 기즈모차이나에 따르면 각각 퀄컴 스냅드래곤 860과 870을 AP로 탑재했고, 공통적으로 11인치 화면 크기·QHD급(2560x1600픽셀) 해상도·120㎐ 주사율의 디스플레이를 가졌다. 배터리 용량은 8600mAh 이상이고, 출고가는 현지 기준 1999위안(약 36만원)부터 시작한다.

샤오미가 지난 10일 저녁 공개한 태블릿 신제품 '미패드5'. /기즈모차이나 캡처

◇ ‘불안한 1위’ 삼성, 11일 밤 공개할 신제품 경쟁력 ‘주목’

이날 밤 11시 갤럭시Z폴드3·갤럭시Z플립3·갤럭시워치4 등 신제품 공개로 맞설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하반기 스마트폰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샤오미는 플래그십부터 중저가 라인까지 가성비를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업계 1위 등극을 위해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이유다.

점유율 지표로는 샤오미의 선언대로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 17.63%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보다 10%포인트 이상 뒤처졌던 샤오미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꿰차며 올해 격차를 1%포인트까지 좁혔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은 애플 제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샤오미가 25.7%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중국 업체 비보, 오포의 뒤를 이어 15.6%로 4위, 업계 1위로 예상되는 애플을 포함하면 5위로 추락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5G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스마트폰 강자인 삼성전자가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릭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5G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지난해(2억2000만명)의 2.6배인 5억8000만명으로 늘어나고 이 중 중국인 사용자가 4억4000만명으로 전 세계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데이터분석기관 거투이(个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 1분기 출하량 기준 점유율 1.3%로 고전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Z폴드3 유출 이미지. /에반 블래스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