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연경 선수가 착용해 화제가 됐던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신제품 ‘갤럭시워치4’가 11일 공식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2019년 8월 ‘갤럭시워치 액티브2’를 출시한 지 2년 만의 신제품 공개다.
삼성전자는 11일 오후 11시 ‘삼성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2021’ 행사에서 3세대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과 함께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4 시리즈를 공개했다. 갤럭시워치 액티브2의 현대적인 디자인을 이어받은 ‘갤럭시워치4’와, 갤럭시워치3의 회전 베젤과 클래식한 디자인을 이어받은 ‘갤럭시워치4 클래식’ 두 가지다.
갤럭시워치4 시리즈 전 모델은 공통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OS)였던 ‘타이젠’을 버리고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두뇌 역할을 하는 웨어러블 프로세서에는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최초로 5나노 반도체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작은 기기에 더 높은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구현했다.
◇ 이제 카톡도 된다…시리즈 최초로 안드로이드 탑재
갤럭시워치4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새로운 OS ‘원UI워치’를 시리즈 최초로 탑재했다. 기존 타이젠과 달리,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을 강조했다. 전작과 달리 갤럭시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갤럭시워치4에도 자동으로 같은 앱이 다운로드된다. 전화·메시지 앱도 안드로이드 버전이기 때문에 갤럭시 스마트폰의 수신 차단 등 설정을 갤럭시워치4도 이어받는다.
구글 지도, 네이버 지도, 스포티파이 등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유통되는 앱을 갤러시워치4에서도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다. 기존에 타이젠 버전 앱이 없어서 갤럭시워치로 사용할 수 없었던 앱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이전 갤럭시워치는 문자메시지처럼 카카오톡 수신 메시지 확인과 간단한 답장 정도의 기능만 쓸 수 있었다.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와의 연동성도 강화했다. 스마트폰으로 재생하던 음악을 갤럭시워치4로 쉽게 전환하는 오토 스위치 기능,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설정·배터리 상태 확인 등을 갤럭시워치4로 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이 추가됐다.
원UI워치는 앞서 지난 5월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삼성전자의 타이젠과 구글 안드로이드의 ‘통합 OS’로 먼저 소개된 바 있다. ‘통합’이라고 했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원UI’, 샤오미 스마트폰의 ‘미UI’처럼 안드로이드 OS를 제조사별로 커스터마이징한 성격이 있어, 사실상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통한 ‘OS 독립’의 꿈을 버리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7년간 갤럭시워치 시리즈와 TV·냉장고 등 일부 가전에 자체 개발한 리눅스 기반 OS인 타이젠을 탑재해 왔다. OS 독립을 통해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애플의 애플워치가 아이폰과의 높은 연동성을 앞세워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하며(카운터리서치포인트 집계)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되자, 삼성전자도 구글과의 동맹이 필요해진 것이다. 구글 I/O 소식을 전했던 해외 IT매체 씨넷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은 웨어러블 분야의 ‘저스티스 리그’처럼 보인다”라며 “애플워치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한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의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 삼성 반도체 기술력 집약…웨어러블 최초 5나노 칩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처럼 스마트워치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인 웨어러블 프로세서는 삼성 엑시노스W920이 채택됐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나노 반도체 공정으로 개발에 성공한 웨어러블 프로세서다.
칩을 만들려면 이를 구성하는 집적회로(IC)를 극자외선(EUV)으로 미세하게 그려야 한다. 회로를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굵기로 그리는 5나노 공정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만이 양산에 성공한 고난도 기술이고, 현재 3나노 다음으로 미세한 공정 기술이다.
엑시노스W920을 탑재한 갤럭시워치4는 엑시노스9110을 탑재한 갤럭시워치3·갤럭시워치 액티브2에 비해 CPU 성능은 20%, 램(RAM)은 50% 각각 향상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10배 이상 향상돼 화면 전환이나 앱 구동이 더 매끄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크기는 갤럭시워치3·갤럭시워치 액티브2와 비슷한 지름 40㎜, 44㎜다. 화면 해상도는 450x450픽셀로 전작(360x360)보다 높아졌다. 저장 용량도 16GB(기가바이트)로 갤럭시워치3(8GB)보다 2배, 갤럭시워치 액티브2(4GB)보다 4배 늘었다. 배터리는 40㎜, 44㎜ 모델 각각 247mAh, 361mAh로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OS와 프로세서 성능 향상으로 배터리 소모 속도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0분 충전으로도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OS·칩 혁신으로 헬스케어 강화…손가락 대면 15초 만에 건강 체크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4의 헬스케어 기능을 강조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건강 관리 등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의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면서 갤럭시워치 시리즈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라며 “갤럭시워치4 시리즈는 보다 심도 깊고 유용하게 건강 관리가 가능하도록 피트니스와 웰니스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라고 말했다.
‘삼성 바이오액티브 센서’가 처음 탑재됐다. 혈압, 심전도, 혈중 산소 포화도 등 건강 지표를 측정하는 센서를 기존에는 따로 만들어 탑재했다면, 갤럭시워치4는 하나로 합쳤다는 것이다. 갤럭시워치4에 두 손가락을 대면 골격근량, 기초대사량, 체수분, 체지방률 등을 15초 만에 알려주는 체성분 측정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홈트레이닝 수요가 늘면서 LG전자도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TV 피트니스 기능과도 연동했다. 갤럭시워치4로 측정한 심박수, 칼로리 소모량 등을 삼성 스마트TV로 확인하면서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워치는 오는 27일 정식 출시된다.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사전 판매되고, 12일 하루 동안 사전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워치4 최초 체험단’ 이벤트가 진행된다.
출고가는 사양에 따라 26만9000원(40㎜ 크기 기본 모델)부터 42만9000원(44㎜ 크기 클래식 모델)까지 정해졌다. 롱텀에볼루션(LTE)과 블루투스 지원 모델로 나뉘어 출시된다. 색상은 블랙, 실버, 화이트, 그린 등이 있다. 톰브라운 스페셜 에디션도 다음 달 말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