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85인치 LCD TV 더 프레임 모습. /삼성전자 제공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의 가격은 변화없이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흐름에 직접 영향을 받는 중저가 중소형 TV와 달리, 대형 패널을 사용하는 고급 TV 수요와 시장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대형 TV 트렌드는 세계 1・2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LCD 수익도 흔들림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8월 상반월(1~15일) 55인치 이하 TV용 LCD 평균거래가격은 7월 하반월(16~말일)과 비교해 2.3% 하락했다. 반면 65인치 이상 패널 가격은 같은 기간 0.15% 떨어지는 데 그쳤다. 75인치 패널의 경우 하락없이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LCD 패널 가격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5월 32달러(약 3만6000원)에서 지난 6월 88달러(약 10만600원)로 2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65인치 LCD 가격도 163달러(약 18만6000원)에서 285달러(약 32만5000원)로 75% 올랐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LCD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유리기판을 검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CD 패널 가격이 꺾인 시점은 지난달부터다. 상승세에 접어든지 14개월 만이다. 코로나19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효과가 촉발한 폭발적인 TV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면서 패널 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DSCC는 “LCD 패널 가격이 유례 없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TV 가격이 올랐고, 결국 올해 하반기부터 TV 수요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신흥국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침체를 겪는 것도 LCD 패널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원인이다”라고 했다.

다만 가격 하락폭은 크기에 따라 엇갈린다. 7월 기준 32인치와 43인치 LCD 패널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1%, 0.7% 하락했다. 반면 50인치와 55인치 패널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65인치와 75인치는 각각 0.3%, 0.5% 되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 연말까지 LCD 패널 평균 가격이 고점 대비 30%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형 LCD 패널의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DSCC는 32인치 LCD 패널이 지난달 21일 87달러(약 9만9000원)에서 올해 말 69달러(약 7만9000원)로 21%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같은 기간 65인치와 75인치의 하락폭은 각각 6%, 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의 LCD TV인 나노셀 65인치 모습. /LG전자 제공

대형 패널이 가격을 유지하는 흐름은 TV 대형화 추세와 관련이 깊다. 전체적인 TV 수요는 줄어들 수 있으나, 대형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늘어나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체 LCD TV 매출에서 60인치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0.4%에서 올해 4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LCD 시장 철수 선언 이후에도 TV용 LCD 패널 생산을 지속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호재다. 70인치 이상 대형 TV에서 이들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TV용 LCD 패널 평균 가격은 올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고 있지만 대형 패널의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라며 “글로벌 TV 세트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저가(32, 43, 50인치) TV는 축소하는 대신 대형 (55, 65, 75인치) TV 판매에 주력하면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익성은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