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가한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면서 멈췄던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월 이 부회장 수감으로 중단된 비전 2030도 빠르게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70억달러(약 20조원)의 미국 파운드리 증설 투자를 발표했고, 세계 최고 규모의 파운드리 팹(공장)인 평택캠퍼스 투자 계획도 잡아 놓은 상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오전 10시 석방되는 이 부회장의 첫 행보는 반도체 투자 관련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 반도체 사업 분야 가운데에서도 이르면 이번 3분기 내에 파운드리 관련 투자 발표가 유력하다.

그간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경쟁사와 다르게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단위의 투자를 결정할 기업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 자체가 녹록지 않았던 탓이다.

대만 TSMC는 올해 초 2024년까지 파운드리 설비에 총 1280억달러(약 14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州)에 360억달러(약41조5000만원) 규모의 2㎚(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신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경기 평택캠퍼스에 조성 중인 제3공장(P3)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여겨진다.

평택 P3는 세계 최대 규모・최첨단 공장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부재한 만큼 현재까지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설 계획 등은 밝히지 않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직접 평택을 방문한 뒤 관련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미국 파운드리 증설도 투자처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 증설은 국내 기업의 해외 단일 투자 규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이 역시 이 부회장이 공장 설립 후보지를 직접 방문해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평택과 미국 투자는 삼성전자의 ‘비전 2030’ 계획에 가장 중추적인 계획이다. 이 부회장 석방으로 이 계획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평택과 미국 투자의 경우 투자 상징성과 무게 등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투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출소 후 경영 전면에 바로 복귀하는 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잔여 형기가 남아 있어 앞으로 1년 간 법무부의 보호 관찰을 받아야 해서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위한 미국 출장 등에는 제약이 따른다. 향후 이 부회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자와 사업 계획 등을 지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