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커다란 애플 '아이폰12' 광고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애플이 하반기 내놓을 아이폰 신작의 부품 발주를 크게 늘리며 공격 태세에 나서고 있다고 대만 디지타임스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출시한 애플의 첫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가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인 가운데 오는 9월 말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3(가칭)’ 역시 많이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화웨이가 장악하고 있던 중국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효과적으로 파고들고 있고 때문에 중국 시장 점유율을 좀 더 공고히 하기 위해 관련 부품 발주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아직 5G 스마트폰 보급률이 30% 미만인 만큼 아이폰 수요가 더 있을 수밖에 없다고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중국 800달러(약 92만원) 이상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1분기 기준 점유율이 72%까지 치솟았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관련 기술·부품 수급길이 막히면서 고급형 시장에서 맥을 못 춘 것이 작용했다. 같은 기준에서 화웨이 점유율은 24%였다.

LG전자가 철수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애플에 기회요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였다. 애플은 LG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인 ‘LG베스트샵’을 통해 이달부터 아이폰 판매에 나서는가 하면, 자체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 3호점 개장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높은 중국 외 시장에서도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가 독주 중이다. 다만 아이폰13과 맞붙을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모델이 ‘갤럭시노트’가 아닌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인 ‘갤럭시Z’ 시리즈라는 점에서는 위험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더블폰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데다 갤럭시노트 충성고객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애플이 아이폰13의 초도 물량을 9000만대로 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통상적인 아이폰 초도 물량(7500만대)과 비교해 약 20%가 늘어난 것이다. 아이폰12 흥행에 힘입어 아이폰13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애플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395억7000만달러(약 45조원)의 아이폰 매출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 아이폰 출하량은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폰12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이후 9개월간 1억2428만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는 아이폰13의 인기가 지속될지 하반기 분위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작의 양호한 판매량이 부담요인이다”라면서도 “애플 입장에서는 직전 모델의 판매량이 높았다고 해서 차기작에 대한 목표수량을 낮출 이유는 없다. 중국에서 화웨이 빈자리가 아직 남아있고, LG전자의 공백도 기회요인일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