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서 시작된 중국 화웨이 제재 움직임이 유럽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만큼은 화웨이가 1위를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에서 중국이 가장 선제적·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이 화웨이 생존의 핵심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의 또 다른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의 경우 주요 부품이 미국산이거나 미국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수급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순위권에서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 밀려났다.
28일(현지 시각)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점유율 30%로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점유율(29%)에서 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에릭슨(23%), 노키아(20%)가 그 뒤를 이으면서 ‘3강’이라 불리는 3곳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73%에 달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가 시장 선두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중국 내 5G 사용자가 전 세계 90%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화웨이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미국과 그 우호 국가에 사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기지국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19억달러 규모의 계획을 확정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일단은 자국 중심으로 기지국 인프라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내 5G 사용자 수는 1억6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이용자의 89%에 해당하는 것이다. 올해 7월 현재 중국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은 현지에 91만6000여개의 5G 기지국을 설립, 전 세계 70%를 차지하고도 있다. 중국 내 안정적인 시장이 화웨이가 주도권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파고들기 위해 약진 중인 후발 주자도 소개했다. 트렌드포스는 4위인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한국의 5G 상용화 노력 등에 힘입어 올해 점유율이 12.5%로 전년보다 3.5%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3대 통신사를 비롯해 미국 버라이즌 등 통신사, 일본 NTT도코모 등과 협업 중이다. 일본 통신장비 업체 NEC는 영국 보다폰으로부터 올해 첫 해외 수주를 받았다. 일본 후지쓰 역시 화웨이를 대신할 5G 기지국 장비 대체 공급업체로 영국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