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분사설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장을 파운드리 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분사설은 과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할 때마다 나오는 주장이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부가 각각 분사해 합작 회사를 세우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퍼졌는데, 일명 증권사 지라시를 통해 확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과 다른 완전히 황당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분사,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부와 별도의 합작 회사를 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 인텔 등과 파운드리 기술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분사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든 반도체 역량을 합쳐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도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따로 분사한다는 건 자살골을 넣는 것과 같다”라며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뜬 소문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삼성 LCD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할 경우 현재 매출 규모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15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약 20조원)도 만들 수 없는 매출이다.

다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고객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 TSMC와 달리 PC,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객사와의 직간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별도 회사로 분사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국내 반도체 공급업체 관계자는 “고객사를 확보하는 관점에서는 분사를 통해 다른 회사가 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라며 “분사가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라고 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한편 삼성전자가 천안 LCD 사업장을 파운드리 공장으로 활용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올해 초 천안사업장의 파운드리 공장 활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사업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공장으로, 삼성전자가 공장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중소형 LCD 생산이 종료되면서 사실상 공장을 제대로 활용하고 못 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철수 중인 LCD 공장을 파운드리 공장으로 바꿀 경우 인허가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파운드리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공장 규모가 작은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 성숙 공정 생산라인이 천안사업장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넓은 부지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7㎚ 이하의 첨단 공정과 달리 성숙 공정은 비교적 작은 규모로 생산라인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천안사업장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만들고자 한다면 현재 일부 가동 중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라며 “천안사업장에 반도체 공장이 생긴다면 14㎚ 이상 반도체를 만드는 시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