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차세대 카메라 모듈 기술의 방향성 중 하나로 ‘메타렌즈’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한 구체적인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두고 시장성이나 개발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렌즈는 평평한 유리막 위에 뿌려진 나노입자가 빛이 들어오는 정도나 굴절률 등을 조절하는 것으로, 렌즈의 두께를 지금보다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기가 메타렌즈 기술 개발에 나서 양산까지 성공한다면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시장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시우 삼성전기 중앙연구소장 전무는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1’ 행사에서 메타렌즈 개발 여부에 대해 “메타렌즈를 스터디(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메타렌즈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무는 메타렌즈는 아니지만, 나노 물질을 카메라 모듈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전무는 “렌즈의 경우 모든 빛을 반사하지 않도록 렌즈 표면에 나노 돌기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며, 양산에 적용하려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렌즈는 보통 빛을 모아야 하는 구조적인 특성상 굴절 형태를 띠고 있다. 종이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렸을 때, 봉긋하게 올라오는 모습과 유사하다. 표면이 굴절돼 있다고 해 ‘굴절렌즈’라고 부르며, 굴절렌즈는 스마트폰 카메라, DSLR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 등 전자 및 광학기기의 핵심부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자기기 등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화상(이미지)의 왜곡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개의 굴절렌즈를 겹쳐 만든다. 이를 두고 복합렌즈 혹은 광학계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오목렌즈, 볼록렌즈, 줌(확대·축소) 렌즈 등을 섞어서 만든다. 렌즈들은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색상으로 이뤄진 가시광선을 모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오차를 줄인다. 렌즈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오차는 더 줄어들기 마련이나, 이 경우 카메라 전체의 부피나 무게가 증가하고, 그렇다고 렌즈 숫자를 줄이게 되면 카메라 성능이 떨어지는 일이 나타난다.
최근에 나오는 스마트폰을 보면 카메라 렌즈 부위가 툭 튀어 나와 있는 이른바 ‘카툭튀’ 형태인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카메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외관 디자인을 포기한 시도로 볼 수 있다. DSLR 카메라의 경우 고성능 렌즈의 무게가 4㎏에 달하는 등 휴대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나타나는데, 스마트폰이나 DSLR이나 모두 이런 단점을 상쇄할 얇고 가벼운 렌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포스텍 기계·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기존 굴절렌즈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두께는 1만배나 얇은 적외선 초박막렌즈 제작 기술(메타렌즈)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 한승훈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이미징 디바이스랩 마스터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다.
연구팀은 고성능이면서도 부피가 작은 렌즈를 개발하기 위해 메타물질을 연구했는데, 렌즈에 사용된 메타물질은 비금속, 고분자 등을 조합해 만들었다. 해당 물질은 자연적인 물리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소재로, 이번 연구에는 실리콘, 질화갈륨(GaN), 산화티타늄 등의 내부 구조를 변형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삼성전기가 메타렌즈 개발에 성공할 경우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디자인에 있어 엄청난 자유도가 생길뿐더러, 카메라가 튀어나오지 않아 유지보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있어 유지보수는 곧 비용으로,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메타렌즈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기술인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라며 “메타렌즈는 업계의 경향을 단숨에 바꿔버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