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2)씨는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 멜론을 구독 해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카카오의 서비스인데도 카카오 계정으로 구독한 경우 PC 웹으로만 해지할 수 있는데, 이를 알지 못했던 김씨는 모바일 앱 안에서 아무리 해지 메뉴를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넷플릭스는 쉽게 해지할 수 있는데 국산 앱들은 절차를 왜 이렇게 어렵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라며 “일부러 해지하기 어렵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 말대로 넷플릭스는 모바일 앱 홈 화면 상단의 [설정] 메뉴에서 [계정]→[멤버십 해지]→[해지 완료] 버튼을 차례로 누르는 4단계 과정만으로 쉽게 해지할 수 있다. 반면 멜론은 홈 화면 우측 상단의 [설정]으로 들어가도 구독 해지 관련 메뉴나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한참을 헤매다가 [고객센터]→[자주하는 질문]을 누르고 ‘카카오계정으로 가입한 이용권 해지는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달린 ‘멜론PC웹→내정보→내이용권/결제정보→멜론이용권→이용권 해지신청 메뉴에서 해지 신청이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읽고 나서야 제대로 해지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씨는 안내대로 웹으로 접속했지만 ‘내이용권/결제정보’라는 메뉴는 없었다. [멜론이용권/결제정보]의 오기로 짐작하고 이 메뉴로 들어가서야 해지 신청 버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구독 유지할 경우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안내하는 팝업창이 떴다. 구독 유지를 뜻하는 [혜택 누릴래요]라는 빨간색 버튼 아래에 5포인트 정도 작은 폰트 크기의 회색 글씨로 적힌 [혜택 포기할래요]를 누르니 팝업창이 사라졌다. 웹 화면에 새로 생긴 [해지신청]을 선택해 해지를 완료했다. 복잡한 절차를 무시하고 메뉴나 버튼을 찾아서 누르는 횟수만 고려하더라도 김씨는 넷플릭스보다 2배 긴 총 10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단계 | 넷플릭스 | 멜론 |
1 | 홈 화면 우측 상단 [프로필 및 기타 설정] | 홈 화면 우측 상단 [설정] |
2 | [계정] | 해지 메뉴를 찾을 수 없어 [고객센터] 참고 |
3 | [멤버십 해지] | [자주하는 질문] |
4 | [해지 완료] | 관련 질의응답을 찾아 ‘PC웹으로 접속하라’는 안내를 받음 |
5 | PC웹 로그인 | |
6 | [내정보] | |
7 | [멜론이용권/결제정보] | |
8 | 해지 신청 [신청하기] | |
9 | [혜택 포기할래요] | |
10 | [해지신청] |
◇ “구독 해지 절차도 서비스의 일부”…짧고 쉬운 해외 앱
넷플릭스 같은 해외 구독 서비스 앱과 비교해 국산 앱의 구독 해지 절차가 복잡하고 안내가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7일 기자가 직접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유튜브뮤직 포함)·스포티파이 등 해외 음원·동영상 구독 서비스 앱 3개와, 멜론·바이브·지니뮤직·플로·벅스·웨이브·티빙 등 국내 앱 7개 등 총 10개 앱의 구독 해지 절차를 밟아봤다.
그 결과 해외 앱들의 구독 해지 절차는 상대적으로 짧고 쉬웠다. 유튜브는 홈 화면 우측 상단의 [계정]으로 들어가 [유료 멤버십]→[Premium]→[비활성화]→[그대로 취소]를 차례로 누르는 5단계를, 스포티파이는 앱을 벗어나 모바일 웹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계정]→[요금제 변경하기]→[프리미엄 취소하기]→[예, 취소할게요]까지 역시 5단계만을 거치면 됐다. 두 앱 모두 구독 해지를 선택하면 이 선택을 재차 확인하는 ‘되묻기’ 과정이 한 번씩 포함돼 있다.
해외 앱들은 구독 절차를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것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구독 해지 절차도 서비스의 일부다”라며 “해지 경험이 좋아야 떠난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계 | 유튜브 프리미엄 | 스포티파이 |
1 | 홈 화면 우측 상단 [계정] | 앱에서 모바일 웹으로 이동 |
2 | [유료 멤버십] | [계정] |
3 | [Premium] | [요금제 변경하기] |
4 | [비활성화] | [프리미엄 취소하기] |
5 | [그대로 취소] (되묻기) | [예, 취소할게요] (되묻기) |
◇ 전문가 “해지 어렵게 만드는 건 소비자 권리 침해”…방통위 “법 위반 여부 감시할 것”
반면 국내 앱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서비스’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 해지를 위한 메뉴를 찾기 어렵게 배치하거나, 해지 선택 후에도 수차례 결정을 되묻거나, 모바일이 아닌 PC 웹으로만 해지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절차를 길고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SK텔레콤의 음원 스트리밍 앱 플로는 홈 화면 우측 상단 [정보 관리]→[현재 보유 이용권]을 차례로 누르면 현재 구독 정보만 안내된다. 여기서 [상세 보기]를 누르면 나오는 이용약관 텍스트 사이에 [이용권 해지 예약]이라는 버튼이 보인다. 이걸 누르면 되묻는 과정만 총 4차례 반복된다. [유의사항 동의]→[그래도 해지할래요]→[그래도 해지할래요]를 누르면 이번엔 [해지]와 [해지 취소] 버튼의 좌우가 바뀌어 한 번 더 안내된다. 총 8단계다.
벅스는 홈 화면 우측 상단 [내정보]에서 해지와 관련 없어 보이는 [이용권 구매]를 선택해야 해지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이용권 관리]→[결제 변경/관리]를 누르면 [결제수단 변경하기] 버튼이 뜨는데 이 화면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적힌 [해지예약]을 찾아야 한다. 되묻는 과정에서 [혜택포기]를 선택하면 된다. 총 6단계다. 지니뮤직, 바이브도 2~3차례 되묻는 과정이 포함됐다.
단계 | 플로 | 벅스 | 지니뮤직 | 바이브 |
1 | 홈 화면 우측 상단 [정보관리] | 홈 화면 우측 상단 [내정보] | 홈 화면 우측 상단 [내정보] | 홈 화면 우측 상단 [설정] |
2 | [현재 보유 이용권] | [이용권 구매] | [정기결제 설정] | [My 멤버십/구독] |
3 | [상세 보기] | [이용권 관리] | [해지 신청] | [My 멤버십] |
4 | [이용권 해지 예약] | [결제 변경/관리] | [해지 계속] (되묻기) | 화면 맨 아래에 [결제(해지) 관리] |
5 | [유의사항 동의] (되묻기) | 화면 아래의 작은 글씨 [해지예약] | [해지 계속] (되묻기) | [구독 해지] |
6 | [그래도 해지할래요] (되묻기) | [혜택 포기] (되묻기) | [계속 해지] (되묻기) | [혜택 포기] (되묻기) |
7 | [그래도 해지할래요] (되묻기) | |||
8 | [의견 전달 및 해지] (되묻기) |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은 홈 화면 우측 상단의 [설정] 메뉴로 들어간 후 해지 기능이 있을 법한 메뉴를 찾지 못해 한동안 헤매야 했다. 고객센터 메뉴를 참고한 후에야 구독 서비스명을 표시한 [베이직 정기권]이란 글씨가 해지 관련 메뉴로 들어가는 버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변경/해지]→[자동결제 해지 신청하기]를 누르면 2차례 더 되묻는다. 총 6단계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 OTT 플랫폼 웨이브도 비슷하다. 홈 화면 우측 하단의 [MY]에서 프로필 사진 옆의 아이디를 눌러 [회원정보] 메뉴로 이동해야 한다. 이후 [나의 이용권]→[자동결제 해지]. 여기서 색깔로 강조된 [취소]가 아니라 그 아래 작은 회색 글씨로 적힌 [해지하기]를 눌러야 한다.
단계 | 웨이브 | 티빙 |
1 | 홈 화면 우측 하단 [MY] | 홈 화면 우측 상단 [설정] |
2 | 본인 프로필 아이디 클릭해 [회원정보]로 이동 | 구독 서비스명(‘베이직 정기권’ 등) 클릭해 [이용권/캐시 내역]으로 이동 |
3 | [나의 이용권] | [변경/해지] |
4 | [자동결제 해지] | [이용권 변경하기] 아래에 [자동결제 해지 신청하기] |
5 | [취소] 아래에 작은 글씨 [해지하기] (되묻기) | [이용권 변경하기] 아래에 [자동결제 해지 신청하기] (되묻기) |
6 | [자동결제 해지 신청하기] (되묻기) |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속거래의 경우 소비자가 거래를 더는 원치 않으면 얼마든지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모바일 앱에서 해지 메뉴를 찾기 어렵게 하는 등 수월히 해지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상적인 소비자가 (해지 절차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업자는 이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해지 절차의 복잡함 정도에 따라 법적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이용계약 해지를 거부·지연·제한하는 행위를 ‘해지 방어’라는 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불편을 끼치는 정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자를 제재할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앱 사업자들의 법 위반 여부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