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지난달 10일 출시한 '제2의나라'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형제'와 경쟁 구도를 굳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넷마블 제공

최근 출시된 모바일 신작 게임들이 연달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누르며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게임들의 비즈니스 모델(BM·주요 수익원)은 리니지 시리즈가 뿌리 내린 ‘확률형 콘텐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확률형 콘텐츠는 대부분 운이 크게 작용하는 ‘뽑기 아이템’으로 이뤄져 이용자의 반복적인 결제가 요구되나, 가장 확실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 업계가 여전히 ‘리니지’를 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출시 나흘만에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 카카오게임즈 제공

지난달 10일 출시한 넷마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2의나라’와 지난달 29일 선보인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은 최근 애플 및 구글 마켓에서 큰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의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 따르면 전날 오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고,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뒤이어 2·3위를, 제2의나라가 4위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3일 오딘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위를 찍었다.

제2의나라는 지난달 12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합산 기준 모바엘 게임 일간 매출에서 1위를 차지, 역시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누르는 깜짝 성적을 냈다. 그간 오랫동안 리니지 시리즈가 군림해 온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으로 게임업계는 해석한다.

넷마블이 최근 출시한 '제2의나라'에서는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다. /제2의나라 화면 캡처

대형 신작게임들이 의미 있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게임업계는 게임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의 오랜 독주 탓에 게임 산업이 뷸균형하게 발전한 측면이 없지 않았고, 이제는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들이 건전한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2의나라, 오딘 모두 리니지의 매출을 넘어섰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수익 구조는 여전히 리니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국내 MMORPG 시장의 주요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 받는 리니지의 ‘확률형 콘텐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리니지의 과도한 과금 유도 정책을 신작들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제2의나라, 오딘 모두 운에 의존해야 하는 확률형 콘텐츠를 대표 유료형 아이템으로 둔다. 제2의나라의 경우 게임에 필요한 무기 등 장비와 ‘이마젠’이라 불리는 펫 시스템, 캐릭터를 꾸미는 코스튬(의류 등) 등의 아이템을 확률형 콘텐츠로 두고 있다. 특히 장비와 이마젠 시스템은 스토리와 미션 진행 등에 절대적인 ‘공격력’에 영향을 미쳐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고 싶은 이용자는 돈을 쓰고 싶은 욕구를 쉽게 떨치지 못하도록 게임이 설계돼 있다. 오딘 또한 아바타와 탈 것 등의 아이템을 확률형 콘텐츠 형태로 제공한다.

예전부터 한국 모바일 MMORPG는 돈을 쓰면 쓸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페이 투 윈(Pay to Win)’시스템이 고착돼 있는 형태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1%도 되지 않은 확률에 기대 마치 중독자처럼 끊임 없는 결제를 반복해 왔다. 이 때문에 게임 회사는 ‘확률형 콘텐츠’가 가장 확실하면서도 둘도 없는 수익원이다.

이런 매출 구조를 완성했다고 평가 받는 게임이 바로 ‘리니지’다. PC 게임부터 과도한 과금 요소에 대한 비판이 컸고, 특히 리니지2M의 경우 캐릭터의 장비와 기술, 능력치 등 대부분의 게임 요소를 유료 아이템화했다. 또 특정 아이템은 ‘수집(컬렉션)’ 시스템을 도입, 소유욕과 과금 욕구를 더욱 키우기도 했다. 여기에 게임상에 필요한 여러 능력(버프)을 부여하는 콘텐츠 등도 과금 아이템으로 넣어 이용자의 결제를 유도했다.

더욱이 리니지는 이용자간 전투(Player versus Player·PvP) 콘텐츠가 활성화돼 있어 게임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려면 몬스터뿐 아니라, 다른 이용자와도 경쟁해야 하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강한 캐릭터 육성을 위해 돈을 계속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2의나라와 오딘 또한 캐릭터 레벨이 높아질수록 PvP 콘텐츠에 참여해야 하고, 이 때문에 누구보다도 강해지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돼 이용자 간 과금 경쟁이 펼쳐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신작들은 리니지처럼 과도한 과금을 일부 시스템으로 상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가 다소 낮은 것도 사실이다. 오딘의 경우 MMORPG 핵심 장비로 꼽히는 무기를 확률형으로 콘텐츠화 하는 대신 사냥으로 획득한 아이템으로도 일정 부분 수급이 가능하게 했다. 제2의나라도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일정 횟수(일반적으로 100회) 진행하면 비교적 등급이 높은 아이템을 확정해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은 올해 초 확률형 콘텐츠의 확률 조작 의혹으로 이 같은 게임 회사들의 수익 구조에 적잖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얼마나 돈을 써야 강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는 과도함 게임 아이템 과금유도로 반짝인기를 누렸다가 빠르게 인기가 식어버린 게임도 등장했다. 지난 5월 20일 출시했던 엔씨소프트의 ‘트릭스터M’이 대표적이다. 트릭스터M은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양대 마켓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지만, 과도한 과금 유도가 문제시 됐고,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해 이날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1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53위에 그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게임사들이 매출 구조에 있어서 쉬운 길로 가려고 한다”며 “어렵게 다른 매출 모델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기존에 돈을 잘 벌고 있는 ‘리니지형’ 과금 구조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확률형 콘텐츠를 대신할 수익 구조로는 ‘배틀 패스 제도’와 ‘정액 요금제’가 꼽힌다. 배틀패스는 일정 기간 동안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확정형 유료 모델이다. 소액 결제를 하더라도 꾸준히 시간을 투입하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대표적이다. 정액 요금제는 현재 대다수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시스템과는 다르게 일정 기간 동안 요금제를 구매하면 추가 과금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으로, 블리자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