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올해 3분기 회계연도(3~5월) 실적을 발표했다. 호실적을 낸 가운데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마이크론 클린룸 내부. /마이크론 제공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3분기 좋은 실적을 거둔 마이크론이 극자외선(EUV) 장비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술 격차 줄이기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올해 회계연도 3분기(3~5월) 컨퍼런스콜을 열고 실적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3분기에 매출액 74억2000만달러(약 8조4000억원), 영업이익 17억9900만달러(약 2조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 103%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을 거둔 마이크론은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회계연도의 설비 투자액이 95억달러(약 10조6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네덜란드 장비 제조사인 ASML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EUV 장비 대금이 포함됐다. EUV 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으로 여겨지는데, 개당 1억달러(약 1100억원)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마이크론이 기존 불화아르곤(ArF) 기술을 최대한 사용한다는 방침이지만 2024년 생산부터는 EUV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EUV는 제조 라인에서 매우 크고 중요한 장비다”라며 “또한 EUV 자체는 ASML에서 제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주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컴퓨텍스 2021' 기조 연설에서 "4세대(1α) LPDDR4x(모바일용) D램의 대량 생산(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 제공

반도체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EUV 공정을 도입해 초미세공정 기술 격차를 줄이는데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최근 연달아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1′ 기조연설에서 “4세대(1α) LPDDR4x(모바일용) D램의 대량 생산(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D램 중에서는 가장 회로 선폭이 좁은 것으로 알려진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1α D램의 양산을 공식화한 것이다. D램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3세대(1z) D램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원래 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의 경우 초미세공정에서는 필수적으로 여겨지지만 ASML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데다 가격이 비싸 도입이 쉽지 않다.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 정도만 적극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메로트라 CEO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은 항상 EUV 플랫폼과 생태계가 성숙해지면 적절한 시기에 로드맵에 EUV를 도입하겠다고 말해왔다”며 “2024년에 5세대(1γ) D램에 제한적으로 EUV 공정을 도입할 것이며 이후 6세대(1δ) D램으로 확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EUV 장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차세대 D램 기술 개발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따라잡기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격차를 빠르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마이크론이 연이어 신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술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격차가 과거 대비 많이 좁혀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렇지만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기술을 곧바로 따라잡는 건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은 현재 1α 공정이 몇 나노미터인지 숫자도 밝히지 않는다”며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EUV 공정을 도입해서 생산하겠다고 했지만 공정 자체를 정확히 얘기하고 있지 않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