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게임사가 역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검은사막 모바일 대만 쇼케이스 현장. /펄어비스 제공

중국 당국이 최근 한국 게임에 판호(유통허가증)를 발급하면서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게임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산 게임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판호 허가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며 중국 게임의 국내 공세 역시 더 심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달 29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과 스튜디오비사이드가 개발한 ‘카운터사이드’에 판호를 발급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와 인디게임 ‘룸즈’에 판호를 발급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한령을 내리고 한국 게임사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반면 중국 게임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5위, 6위, 7위는 중국산 게임인 ‘기적의 검’, ‘백야극광’, ‘라이즈오브킹덤즈’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는 넷마블의 인기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2’(9위)와 넥슨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바람의나라: 연’(10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텐센트게임즈 등 중국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국내 직접 서비스에 나서며 국내 게임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출시된 전략 역할수행게임(RPG) 백야극광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6위에 오르는 등 국내 게임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과거 게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 게임들은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원신'. /미호요 제공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침투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라며 “중국은 게임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어 다수의 게임은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소녀전선’, ‘붕괴3rd’, ‘음양사’, 최근의 ‘원신’ 등 한국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퀄리티의 게임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공략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2020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은 154억5000만달러(약 17조5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매출 수입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3.3%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 중국 게임의 전체 해외 매출 중 3위(8.8%)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게임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론칭 직전까지 개발 인력, 자금 등 자원을 최대한 투입해서 개발에 ‘올인’하는 만큼 퀄리티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게임업계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이 이번 판호 발급 기세를 몰아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은 40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의 규모를 가진 세계 최대 시장이다”라며 “여건만 된다면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판호의 경우, 기존에 나왔던 게임을 허가해준 거라 완전한 판호 허가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는데 검은사막 모바일은 완전히 새로운 국산 게임 판호 발급이다”라며 “국산 게임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는 해제된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도 판호가 점진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중국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컴투스가 판호 발급을 받았을 때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라며 “그런데 6개월만에 1~2개를 내주는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