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CJ ENM이 요구하는 콘텐츠 사용료 인상률이 지난해에 비해 과도하다.
구현모 KT 대표
지난해엔 가입자 1인당 월 100원도 안 주지 않았나. 이제라도 제값 받겠다는 게 과도한가.
CJ ENM
구현모 KT 대표(왼쪽)와 강호성 CJ ENM 대표(오른쪽). /각 사 제공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LG유플러스와 신경전을 벌인 CJ ENM이 KT와도 전면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양사가 이견을 좁히기 위한 물밑 대화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지난 28일 오후 구현모 KT 대표가 “CJ ENM의 인상 요구는 과도하다”고 공개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다.

CJ ENM 관계자는 구 대표의 발언 몇 시간 뒤인 28일 저녁 조선비즈와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tvN, 엠넷 등 10개 방송 채널을 시즌에 송출해주고 받은 콘텐츠 사용료는 가입자 1인당 월 100원도 안 되는 헐값이었다”라며 “올해는 제값을 받겠다는 것을 ‘과도한 인상’이란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맞받아쳤다.

지난해 양사가 계약했던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CJ ENM이 외부에 공개한 건 처음이다. 전날 구 대표를 포함해 KT가 “CJ ENM은 1000%나 인상하려 한다”는 비판을 수차례 반복하자, CJ ENM이 비밀로 유지해왔던 계약 내용까지 풀기로 작정, 회심의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인당 월 100원 미만’이란 수치는 업계에 알려진 지난해 연간 사용료 20억원을, 시즌 이용 혜택이 있는 KT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가입자 수(지난해 말 기준 약 360만명)로 나눠서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런 계산에 따른 CJ ENM의 주장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된 수치가 아니기에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올해엔 CJ ENM이 연간 200억원 정도를 받겠다고 요구하고, KT는 이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 가입자 vs 실사용자…사용료 책정 기준 ‘사용자 수’ 논쟁

양사 협상은 지난 4월 시작됐다. CJ ENM은 시즌이 넷플릭스·웨이브·티빙 같은 OTT이기 때문에, 시즌에 공급 중인 tvN, 엠넷 등 자사 채널들을 계속 송출하려면 별도의 OTT 계약을 맺고 추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KT는 특정 통신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넷TV(IPTV) 계약만으로 공급받은 CJ ENM 채널을 TV 외 스마트폰·태블릿으로도 추가 요금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KT는 시즌으로 별도의 수익을 얻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용료를 지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CJ ENM은 이달 내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르면 다음 달 1일 시즌이 KT로부터 분사하면 협상 상대가 바뀌어 더 지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현재 양사가 사용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용자 수’를 어떻게 계산할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시즌은 넷플릭스·웨이브·티빙 같은 유료 구독형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용자 수 통계가 없다. CJ ENM은 시즌을 부가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통신요금제 가입자 수를 사용자 수로 삼자고 한다. 반면 KT는 이 가입자 중에서 실제로 시즌을 이용한 ‘실사용자 수’를 주장한다.

◇ 협상 결렬은 양사 모두 부담…한 달 이상 장기화될 듯

현재 상황은 CJ ENM이 KT로부터 실사용자 수 통계를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KT는 시즌의 실사용자 수를 자체 계산해 CJ ENM에 전달했고, CJ ENM은 이 수치를 사용자 수로 삼을 수 있을지를 결정해 이번 주 안에 KT에 답을 줄 예정이다. 다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CJ ENM 내부에선 이 수치가 택도 없는 수준이란 반응이 나온다”라고 전해, 이번에도 타협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CJ ENM은 LG유플러스와의 비슷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 지난 12일 OTT 플랫폼 ‘U+모바일tv’에서 자사 채널을 송출 중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공방이 양사 간에 오갔고, 결렬 후에도 송출 중단(블랙아웃)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CJ ENM과 KT 모두 송출 중단 사태는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CJ ENM은 ‘콘텐츠 제값 받기’의 선례를 만들기 위해선 이번 협상에서 타협이 필요하다. KT도 조만간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는 시즌을 통해 OTT 진출을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국내 최대 콘텐츠 공급사인 CJ ENM과 관련한 악재를 만들기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실제로 ‘사용자 수로 사용료를 책정하는 방식’조차 동의하지 않았던 LG유플러스에 비해 KT는 좀 더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이견에도 양사 간 필요한 자료를 꾸준히 요청하고 서로 협의하고 있다”며 “적어도 다음 달까진 결렬로 인한 송출 중단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최대한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