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형 가전 업체들이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발맞춰 제품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크기를 줄인 초소형 가전에 최신 기능을 탑재하는 등 ‘작지만 강력한’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형 가전 시장 규모는 8조3205억원으로, 지난해 7조6650억원보다 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모니터는 2025년까지 국내 소형 가전 시장이 9조6238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비교해 2025년에는 1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는 맞벌이 신혼부부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 1인 가구를 겨냥한 초소형 밥솥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2인용 ‘마시멜로 미니 밥솥'과 1인용 ‘소담밥솥’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초소형 프리미엄 밥솥 ‘트윈프레셔 쁘띠‘를 출시했다. 초소형 밥솥은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쿠쿠전자에 따르면 3인용 이하 초소형 밥솥의 지난 4월 매출은 전월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끼니때마다 필요한 양만 취사할 수 있는 데다 1~2인 가구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해 인기다”라고 했다.
필수 생활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기세척기도 작은 크기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기세척기는 빌트인으로 제작, 싱크대 아래에 설치되지만 싱크대 위 공간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카운터탑 방식의 소형 식기세척기가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쿠쿠전자는 ‘3인용 마시멜로 식기세척기’와 ‘6인용 카운터탑 식기세척기’를 판매 중인데, 두 제품 모두 싱크대 위에 올려두고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6인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5% 성장했다.
소형 가전은 그동안 제한적인 기능이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은 크기에서 벗어나 용도와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전자레인지에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의 기능을 더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SK매직에서 최근 출시한 ‘올인원 오븐’은 가전용 전자레인지와 같은 크기지만 전자레인지 기능에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생활 가능 공간은 다인 가구와 비교해 작은 게 일반적이다”라며 “좁은 주방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라고 했다.
소형 가전이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형 가전업체들도 속속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맞춤형 소형 냉장고 ‘비스포크 큐브’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 맥주,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존 무선청소기와 비교해 부피를 줄인 ‘비스포크 슬림’ 무선청소기를 내놨다. 별도의 거치대 없이도 세워놓을 수 있는 셀프 스탠딩 구조를 적용해 공간 제약 없이 보관할 수 있다.
LG전자는 1인 가구에 적합한 ‘LG룸앤TV’를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LG룸앤TV는 가벼운 무게로 평소에는 TV와 모니터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캠핑 등 야외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직후 월 1000대 정도 판매됐지만 현재는 월 4000대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가전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이라는 개념이 확장하면서 가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라며 “나와 함께 어디든 함께 갈 수 있는 소형 가전을 소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는 621만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4%로 조사됐다.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