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의 쿼드 엣지 OLED 패널.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최근 스마트폰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장착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시장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으나, 정작 디스플레이 화면 구동에 필수적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공급이 부족해 시장 위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능동-행렬OLED(Active-Matrix OLED·AMOLED)의 채택률은 올해 39.8%에서 내년 45%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2대 중 1대는 AMOLED를 장착한다는 것이다.

AMOLED 시장이 성장 모멘텀에 있는 것과 달리, 실제 성장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진단이다. DDI 수급 문제가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반도체 공급부족이 DDI와 OLED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AMOLED용 DDI의 생산적인 특성도 수급 불안에 한 몫하고 있다. 다른 칩에 비해 크기가 커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생산 가능한 수량이 한정적이다. 주로 4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28㎚ 공정으로 만들어 진다. 각 제조사가 고유 설계자산(IP)과 이에 따른 설정값이 모두 다르다는 점도 똑같은 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전형적인 형태가 바로 AMOLED용 DDI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MOLED DDI는 다른 분야 반도체보다 더 많은 양의 웨이퍼가 필요하고, 설계 기준도 서로 달라 수급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했다.

AMOLED용 DDI를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시장점유율 52%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가운데, 매그나칩(한국) 24%, 실리콘웍스(한국) 7%, 레이디움(대만) 6%, 이나패스(한국) 2% 순으로 점유율을 나눠 가진다. 한국 업체들의 경우 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 각각 세계 1위의 회사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장착된 모습(노란색 화살표).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하지만 이들 팹리스에서 설계도를 넘겨 받아 실질적으로 DDI를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전 세계에 TSMC와 삼성전자 UMC, 글로벌파운드리 정도다. 이 가운데에서도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를 잘 확보하고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UMC에 불과하다. SMIC, HLMC, 넥스칩 같은 중국계 파운드리도 AMOLED용 DDI 공정 기술 개발에 들어갔지만, 아직 양산 일정을 잡고 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 자회사를 보유하거나 오랫동안 계약 관계에 있던 것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생산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칩 수급 불안으로 인한 시장 위축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리지드 OLED 패널 수요가 전 분기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의 ‘모바일 OLED 업체별 출하 동향’에 따르면 2분기 리지드 OLED 패널 출하량은 1분기 6820만장에서 6130만장으로 줄었다.

형태 변형이 비교적 자유로운 플렉시블 OLED 패널 수요 역시 전 분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스톤파트너스는 “하반기에도 OLED DDI 수급 불안정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로 리지드 OLED 패널의 출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플렉시블 OLED) 패널 수요 감소는 2분기부터 아이폰12 시리즈용 패널의 재고 조정이 시작된 영향과 갤럭시S21 시리즈용 패널의 출하가 3개월 이상 지연된 상황에 기인한다”고 했다.